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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손학규 총리' 카드는 어떨까

이종호/논설위원

#. 손학규 제1야당 상임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주 수원 병 보궐선거 낙선 후 내린 결단이란다. 1993년 경기도 광명을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한 지 21년만이다. 고별사가 마음에 걸렸다. "능력도 안 되면서 짊어지고 가려했던 모든 짐들을 이제 내려놓습니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벌어 놓은 재산으로 지금껏 먹고 사는 야당에 손학규만한 자산이 또 있나 싶어서다. 실제로 그는 언론인 혹은 전문인 그룹에서도 대통령 감으로 늘 후한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보다. 그의 대중적 인기는 없는 듯 있었고, 있는 듯 없었다. 전통적으로 야당 지도자에게 요구되던 딱 부러진, 소위 선명성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알다시피 그의 정치노선은 중도개혁이었다. 구호와 투쟁보다 민생형 생활정치를 지향했다. 대권에도 뜻을 두었지만 2007년, 2012년 당내 후보경선에서 정동영, 문재인후보에게 잇따라 패해 정작 본선엔 나가지도 못했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 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계파 싸움과 식상한 심판론이 득세한 야권에서 합리와 온건이라는 그의 노선이 설 자리가 크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 글로벌 컨설팅업체 헤이그룹은 리더의 유형을 6개로 분류한다. 비전형.친화형.민주형.솔선형.육성형.지시형이 그것이다. 과거 대한민국 대통령을 돌아보면 이중 몇 가지씩은 겸비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비전형.육성형.지시형 리더의 전형이다. 효율과 경제발전에 딱 맞는 유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반대였다. 친화형.민주형.솔선형으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렇다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뚜렷이 잡히는 게 없다. 굳이 찾자면 지시형 정도.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려면 한두 가지는 더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친화형.민주형은 태생적으로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신 비전을 세우는 일, 인재를 발탁하는 일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 아직은 시간도 있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총리' 카드는 어떨까 싶다.

경쟁자나 반대파 인물까지 포용해 중용하는 것을 '탕평(蕩平)'이라 한다. 탕평은 적을 동지로 만들고 국민에겐 화합과 상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운 사람, 싫은 사람, 정적까지도 끌어안는다. 그럼으로써 본인도 살고 나라도 살린다.

조선 최고 재상으로 평가받는 황희는 세종이 세자로 책봉되는 것에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세종은 즉위 후 그를 다시 불렀다. 그리고 18년이나 국정 파트너로 삼아 태평성대를 일궜다. 링컨도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재앙이라고까지 혹평했던 라이벌 스탠튼을 국방장관에 기용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 대통령 후보 경합자였던 윌리엄 스워드를 국무장관에 발탁했다. 나중에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여 미국 역사상 가장 남는 장사를 했다는 칭송을 받는 바로 그 사람이다.

손학규의 별명은 '여의도 신사'다. 그런 신사가 다시 정치를 하겠다며 말을 뒤집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총리는 다르다. 정치가 아니라 행정이다. 맡아만 준다면 정계은퇴라는 명분을 살려주면서도 그의 경륜과 식견을 활용할 수 있다. 민주화 운동, 노동운동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고, 대학교수에 4선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를 거쳤다. 야당 대표를 하면서 국가경영도 꿈꿨다. 이제 67세, 나이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보다 8살이나 적다. 그런 인재를 이대로 그냥 보낸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물론 손학규 고문 본인이 응하지 않을 수 도 있다. '삼고초려'는 그럴 때 새기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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