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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기리에 엘레이손

 가톨릭 교회의 예배형식인 미사에 쓰이는 경문은 크게 변하지 않는 부분과 변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전자는 통상문 (Missa Ordinario)이라고 하고 후자는 고유문 (Missa Propia)이라고 한다. 통상문은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신경(Credo), 거룩하시도다(Santus-Benedictus),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의 다섯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유문은 입당송(Introitus), 화답송(Graduale, 층계를 오르며 부른다고 층계송이라고도 불린다), 복음환호송(Alleluia), 봉헌송(Offetorium), 영성
체송(Communion) 등으로 구성된다.

 무수한 작곡가들이 이들 경문에, 전통적으로는 고유문에, 아름다운 음악을 붙여왔다. 특히 기욤 드 마쇼(Guillaume de Machaut, 1300년경 - 1377)의 노트르담미사(Messe de Nostre Dame, 프랑스어식 라틴어발음으로 부르는 곡이다) 이후에는 다섯개의 통상문을 한 묶음으로 작곡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런데 작곡가들의 작품이 모두 다 똑같은 감동의 깊이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곡은 심오하게 다가오는 반면에 그저 경쾌하게 넘어가는 곡도 있다.

 미사곡의 첫부분인 기리에를 예를 들어보자. 라틴어 기리에 (Kyrie)는 그리스어인 키리오스(Kyrios)에서 왔다. 구약의 하느님, 아도나이(Adonai)를 번역한 것으로 황제를 부르는 칭호이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키리오스는 종교적으로는 ‘구세주’이고 세속적으로는 ‘소유주’나 ‘명령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리에’는 그같은 전권을 지닌 이에게 자비와 긍휼을 갈구하는 몹시 절실한 상황의 곡이다.

 이러한 가사의 내용에 비해 모차르트 같은 이의 참새미사 (Spatzenmesse, 거룩하시다에서 현악기의 트릴이 참새의 지저귐과 비슷하다고 하여 참새미사가 되었다)는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경찰관에게 걸린 아가씨가 윙크를 하며 한번만 봐달라는 식인 듯하다. 모차르트가 이런 식으로 가볍게 작곡하게 된 데에는 당시 그가 섬기던 주교 콜로레도가 너무 길게 늘어지는 곡을 질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자 칼 바르트 같은 이는 “천국에 가서 칼뱅보다도 모차르트를 먼저 찾겠다”고 하며 그의 음악을 예찬하고 있다.



인간적인 고뇌보다는 천재적인 영감에서 탄생한 즐거운 곡들을 하늘의 신비에 결부시키며 옹호한 것이다. 그래서 “하늘의 천사들은 하느님 앞에서는 바흐를 연주하겠지만 자기들끼리 연주할때는 모차르트를 연주하리라”고도 하였다. 하지만, 과연 그가 바흐의 곡을 얼마나 이해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편의 의문이 생긴다.

 실제로 바흐의 대작인 나단조미사(Messe H-Moll, 본디 그는 루터교의 작곡가였으나 루터교에서도 기리에와 글로리아는 예배에 사용되었다)의 기리에를 들어보면 종교음악의 심오한 깊이를 느끼게 된다. 이 대작은 여러 지휘자들의 지휘봉을 통해 음반으로
만들어졌는데 특별히 오이겐 요훔이 지휘하는 매머드 합창단의 포르테시모 절규는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 합창단이 하늘이 울리고 땅이 떠나갈 듯 외치는 첫부분의 ‘기리에 엘레이손’은 마치 가쁜 숨을 쉬며 죽어가는 아기를 앞에 둔 어머니의 심정을 그린 듯하다. 이같은 바람 앞의 촛불 상황에서 절대자에게 한번만 은혜를 내려 달라고 간절히 울며 매달리는 부분을 듣고 있노라면 다른 장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교음악만의 진수를 접하게 된다.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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