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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영화 속 에볼라, 현실의 에볼라

김완신/논설실장

1995년 개봉된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이다. 영화는 에볼라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미국에 전염되자 확산방지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뚜렷하게 남아있는 두 장면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배가 한국 화물선이라는 것이 그중 하나다. 지저분한 행색의 한국선원들이 어설픈 한국어로 하는 대사가 나온다. 당시만 해도 한국인이 미국 영화에 나오는 것은 드물었다. 한국인이 영화에 등장한 것은 신기했지만 한편으로는 원숭이를 밀수하는 부정적 인물로 묘사한 것에 기분이 나빴다.

또 다른 장면은 영화에 나오는 질병통제센터(CDC)의 내부 모습이다. 건물에는 바이러스의 위험 정도를 표시한 보드가 설치돼 있었는데 가장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로 분류된 것이 '한타바이러스'였다. 한국전 때 외국 병사들이 많이 감염된 한타바이러스는 한탄강에서 바이러스가 분리됐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영화에서 에볼라는 한타에 이어 두번째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분류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에볼라는 최근 발견된 바이러스는 아니다. 1976년 아프리카 중부 콩고공화국에서 처음 발병이 보고됐다. 한타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발견 지역인 에볼라강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국지적인 발병이 이어져 왔지만 올해는 사상 최다 감염자수를 기록하면서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서 지난 3일 기준으로 1440명이 감염돼 이중 826명이 사망했다.



에볼라바이러스가 공포심을 주는 것은 90%에 육박하는 치사율 때문이다. 또한 이전과는 다르게 바이러스의 확산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90% 치사율은 의료 기술과 격리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를 기준한 것이라 더 낮아질 수는 있지만 치료가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공포 속에서 다행인 것은 공기 접촉으로 에볼라에 감염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1918년 인플루엔자로 약 7500만이 죽었고, 2003년 사스에 1만여명이 감염돼 900명이 사망했던 것은 이들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염됐기 때문이다. 에볼라는 다행히 공기가 전염매체가 아니라 대규모 재앙은 가져오지 않겠지만 교통수단의 발달과 인적교류의 확대로 지구촌이 이웃같은 세상에서 안심할 수 없다. 또한 현 시점에서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심각성을 더한다. 개발 중인 약품은 있지만 완벽한 인체실험을 끝내지는 못했다.

과학자들은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이 약품 개발에 소홀했던 것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병하고 감염자수도 소수여서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존 애슈턴 영국 공중보건요원협회장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이즈가 서방세계로 확산되면서 선진국들이 치료제 개발에 적극성을 갖게 됐다"며 "에볼라가 영국에서 발생했다면 치료제 개발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가 부진했던 것도 원인이다. 이언 립킨 컬럼비아대 전염병학 교수는 "지난 수년간의 불경기로 WHO와 CDC 등의 재정지원이 줄면서 이들 기관의 질병 대처능력도 떨어졌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세계에서 질병은 더 이상 특정 국가나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이고 선진국의 역할은 더 크다. 죽음의 바이러스로부터 아프리카를 구하는 것은 선진국의 당연하면서도 시급한 과제다. 총을 쥐어 주었던 검은 손에 이제는 약을 건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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