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85.0°

2019.08.24(Sat)

[오픈 업] 게을러 빠진 우리 아들

[LA중앙일보] 발행 2014/08/07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4/08/06 21:47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한 엄마가 10세 소년을 데리고 찾아왔다. "한마디로 게으르기 짝이 없어요. 친구들이 놀자 해도 나가지도 않고 방에만 있지를 않나, 가족들이 게임을 할 때에도 저만 빠진답니다. 적어도 1년은 그랬어요."

아이의 과거력을 물어보니 정상 분만으로 태어났고, 걷기 말하기 등 모두 정상적으로 발육이 되었단다. 다만 잠자는 것이나 먹는 것은 좀 예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4살때 유아학교에 들어가고나서부터 자주 배가 아프고 머리도 아파해서 소아과 의사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주중에는 그렇게 아프다가도 주말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 후로 2~3개월에 한 번씩은 심한 천식 증상이 나타났고 7살 때는 폐렴까지 앓았다. 10살이 되던 올해는 중이염도 걸렸는데, 소년을 잘 아는 소아과 의사가 우울증도 있는 듯하다며 정신과에 갈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7개월 전이었고 최근 어지럼증까지 생기자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소년을 데리고 소아정신과를 찾아온 것이다.

나에게 오기 전 소년은 이미 상담치료사를 몇 번 보았는데도 가족들과 대화도 없고 점점 고립되어 가며 학교 성적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항우울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 같다면서 상담하는 케리 치료사가 나에게 다시 의뢰를 해왔다. 더욱이 소년은 곧 진학해야 할 중학교에 대해서 몹시 불안해 했다.

나는 가족력을 물었다. "혹시 외가나 친가쪽에 음주벽이 있거나 놀음, 또는 자살을 한 친척이 있나요?" "네, 아빠의 삼촌 두명이 이십대에 자살을 했대요." 별 생각 없이 말한 엄마에게 나는 소년의 우울증이 아마도 유전인 듯하니 서둘러 학교에도 알리고, 집에서도 따뜻하게 대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미 받고 있는 상담치료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을 높여주는데 노력하는 한편, 환경을 편하게 하기 위한 학교의 협력을 구하려고 IEP(Individual Education Plan)를 실시하게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슬프면 눈물이 나고 기운이 없어지며 자살 충동과 함께 입맛이나 수면에 변화가 오는 성인 우울증과 달리,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슬픈 감정 대신에 매사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지는 증상이 생겨 게으르게 보이기 쉽습니다. 게다가 당뇨처럼 유전적으로 오는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외부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없이도 자신 내부의 호르몬이나 화학물질 불균형에 의해서 오므로 금방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아들의 경우 삼촌들의 자살로 보아 유전적 원인도 있겠지만 사춘기로 접어드는 중학생 때에는 이미 몸 안에 많은 호르몬 변화가 시작돼 정서 불안이 심해질 때이기도 합니다."

설명을 듣고 난 어머니는 드디어 조용히 앉아 있는 아들에게 "그동안 엄마가 너무나 몰랐구나, 미안하다"고 하면서 어깨를 안았다. "이제는 심리 치료, 환경의 변화와 함께 두뇌 안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을 올려주는 약물 치료를 의논할 때가 된 듯하군요. 20여 가지가 넘는 항우울제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부작용이 적고 본인의 체질에 맞는 약을 골라야겠지요. 자, 지금부터 저와 아들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하는 긴 여정이 시작됩니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