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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왜…왜…왜?

구혜영/사회부 기자

며칠 전 한 일본 일간지 LA특파원과 식사를 했다. 그는 서울에서도 특파원 생활을 했던 40대 여기자다.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이라 화제는 당연히 일본군 성노예 문제로 흘렀다. 마침 그날은 LA연방지법이 일본계 원고의 소녀상 철거 소송을 기각한 날이었다.

그는 '위안부는 매춘부', '매춘부에게 사과할 필요 없다'라 주장하는 일부 우익성향의 일본인들을 비판하면서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하나 둘씩 꺼냈다. 그에 따르면 오래 전 일본에는 '위안부'라 불리는 일본인 매춘부들이 있었고 그중 일부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위안소로 끌려가기도 했다. 한참을 "그 사람들이 어딘가 살아있어서 그때 당했던 피해, 직접 본 아시아 여성들의 고통을 증언해주면 좋을 텐데…"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여성인권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납치.성적학대.감금 등은 말이 안 된다. 그게 21세기 전세계가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다. 그러면 이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으면 된다. 왜 매춘부들은 당해도 되냐고. (피해 할머니들이 매춘부란 소리가 아니다) 매춘부도 사람인데, 왜 사과받을 권리가 없느냐고. 왜 나쁜 짓이 아니었는데, 70년이 지난 지금도 괴로운 사람이 있느냐고."

'왜'라는 부사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설명이자 곧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다. 이 안엔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지난달,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건 과잉진압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길에 눕혀져 두 팔과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50대 흑인여성을 왜 주먹으로 수십 번 내려쳤는지, 처음부터 이 여성을 잡은 이유는 무엇인지, 미안하다면 왜 미안한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 참사도 그렇다. 세월호가 왜 쓰러졌는지, 처음 배가 기울어졌다는 신고를 받았을 때 해경은 왜 초동대응에 허술했는지, 생존자와 구조자의 수가 어째서 오락가락 바뀌었는지, 유병언 사망 원인은 왜 알 수 없는지 등 탄탄한 설명이 없으니 불신만 쌓인다.

한인 커뮤니티도 온갖 미스터리에 빠져있다. 위임장 논란에 연달아 이어지는 이사 제명, 정관 무시, 법적 대응까지 여러 한인단체가 골머리를 앓게 한다. '장'들의 일장 연설이, 활짝 웃는 얼굴이 이해되지 않는 건 '어째서?'라는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않아서다.

왜 공금을 이렇게 썼는지, 왜 내가 이사장이 돼야하는지, 왜 한국에서 유명인을 힘들게 모셔와야만 행사가 잘 되는지 등 물음표가 너무 많다. 그리고 여기에는 신문의 책임도 있다.

주위에는 '왜' 때문에 피곤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고 물어도 해결되지 않는데, 힘들게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라는 나름 경험에 따른 하소연이다. 이유를 물었는데, 돌아오는 말이 "그냥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또는 "알 필요 없어"라면 누구나 절망할 것이다. 그래도 왜냐고 묻자. 왜 그런지 이유를 알지 못하면 변화가 없고, 변화가 있어도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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