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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학 졸업장 = 실업 증명서

이성연/경제부 차장

대학 졸업장이 곧 '실업 증명서'가 됐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아무 의미 없는 종이(졸업장)를 손에 쥐게 한 건 누구인가.

요즘은 젊은 세대의 냉정한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가 유난히 많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캥거루족(취직할 나이가 됐는데도 직장을 구하지 않거나 직장에 다니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청년층을 일컫는 말), 민달팽이(젊은이들이 마땅히 살 곳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빗대어 등장한 말) 등 20~30대 청장년층의 팍팍한 삶을 반영하는 단어들이 그 예다. 이러한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인 셈이다.

'4포 세대'란 말도 생겨났다. '3포 세대'에서 하나가 더욱 늘어난 것이다. '3포'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워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취업을 위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면 '4포'가 된다. 심지어 내집 마련을 포기한 '5포 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니 취업 전쟁에서 참패한 젊은 세대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한국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연방 센서스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전국 460만 명의 밀레니엄세대(1982년 이후 출생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중 장기 실업자는 무려 200만 명에 달한다. 금융위기 이후 정규직보다는 임시직이 늘고 고학력자들의 임금은 예전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심지어 사회에 발을 갓 디딘 젊은이에겐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전국 실업률은 하락세에 있지만, 청년 세대의 취업난은 여전하다.

실제로 20대 초반(20세~24세)의 7월 실업률은 11.3%로 여전히 높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간호사 같은 전문적인 직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간호사는 한때 최고 인기 직종으로 주목을 받았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 2008년 이후에도 간호사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활발했던 미래 유망 직종으로 지난 5년새 1만개 이상 일자리가 늘어난 유일한 업종으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 각 병원들은 의료 인력을 축소하고, 은퇴를 고려했던 간호사들이 계속 근무를 하면서 간호 계열의 구직난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각 기업은 이제 신입사원 채용을 선호하지 않는다. 신입사원이라 해도 능력과 실력, 경험 등을 갖춘 직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신입직원 채용시 트레이닝 예산을 줄이고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입직원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능력을 요구하는 등 채용 선호도가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 실업은 이제 어느 특정 나라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전 세계가 겪고 있고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최우선의 문제가 되었다.

젊은 세대들의 희망이 사라진 사회를 바꾸려면 정부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건 젊은이들이 준비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의미 없는 졸업장을 쥐게 한 건 바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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