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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가톨릭)의 흔적…개신교는 무엇을 보았나

가톨릭에 대 한개신교 반응 엇갈려
이면에는 개신교 교세 위축 심리도

교황 방한 교리아닌 현상으로 접근 필요
사회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개신교 본연의 '개혁정신' 되찾을 때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예수' 따라야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이 한국땅을 보듬었다. 그는 4박5일간의 한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18일(한국시간) 돌아갔다.

교황의 흔적은 곳곳에서 많은 의미를 남겼다. 울림은 잔잔하면서도 따뜻했다. 교황의 손길이 닿은 곳엔 가슴속에 꾹 누르고 있던 눈물과 희망의 미소가 교차했다. 세상은 그의 행보를 주목했다.

교황의 낮은 자세에 세상의 마음이 사로잡힌 이유다. 25년(요한 바오로 2세 방한 이후)만에 한국땅에 남긴 교황의 발자국은 방향을 남겼다.



그건 세상으로 향해야 할 종교의 길이다. 가톨릭 교황이 보인 소통의 몸짓은 세상뿐 아니라 종교란 틀 안에서 함께 공존하는 개신교에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개신교는 과연 무엇을 봤을까.

개신교의 엇갈린 반응

개신교 일각에서는 교황의 방한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례적으로 긴급 논평도 냈다. 교황의 서울시 광화문 시복식에 대한 반대 의사였다.

성명에서는 "막대한 국가의 경호 인력을 동원하여 교황을 경호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의 중심에서 가톨릭을 홍보하려는 것으로 여겨져 종교편향의 나쁜 사례가 될 수 있다. 시복식은 성당 안에서 조용히 거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교황 방한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일산 킨텍스에서는 '교황 방한 반대 집회'가 열렸다. 무려 1만 명의 개신교인이 몰렸다. '가톨릭은 이단'이라는 구호와 피켓 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교황의 시복식이 열린 16일 청계 2가 한빛광장에서는 시복미사에 반대하는 개신교 기도집회도 열렸다.

교황 방한에 대한 개신교 내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강석훈 목사는 "(가톨릭을) 신학적 또는 교리상으로 반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성숙해야 한다. 교황은 가톨릭의 수장이자 한국을 찾은 손님"이라고 말했다.

15일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광복절을 맞아 공식 논평을 내고 "교황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드린 것을 환영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리 차이로 논쟁 번져

교황의 방한을 두고 한국 및 한인 개신교 내에선 가톨릭과의 교리 차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기독교'의 본질적 의미를 두고 설교 등을 통해 가톨릭과 선 긋기에 나서는 목회자가 있는가 하면, SNS 등에는 개신교인을 중심으로 가톨릭 교리에 대한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개신교인 진유경(42·LA)씨는 "페이스북 등에 가톨릭과 개신교의 교리 차이를 설명한 수많은 글들이 포스팅 되고 논쟁이 벌어지는 모습도 봤다"며 "이번 기회에 가톨릭과의 교리 차이를 자세히 알게되서 좋은 면도 있었지만 개신교가 너무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개신교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한국의 종교인 통계를 제시하며 "한국 개신교는 계속 신도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그에 반해 가톨릭 교세는 커지고 있다. 개신교는 교황의 방한으로 교세가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고려신학대학원 박영돈 교수는 "사실 지금은 개신교가 더 시급한 개혁의 대상이 되었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교황이 방문한 것에 지레 겁먹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며 "교황 방문으로 가톨릭의 위상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개신교가 위축될 거라는 심리는 그만큼 우리 개신교가 현재 자신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교황 방한, 관점 달리해야

이번 교황 방문을 두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초점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평화의교회 김기대 목사는 "이번 이슈를 신학의 문제로 보지 말고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대중이 교회를 통해 얻고 싶어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위기에 처한 개신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리에 대한 이슈는 신학 연구실로 넘기고, 프란치스코 현상을 분석하는 '정치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개신교인 이준성(38·세리토스)씨는 "이번에 교황의 탈권위적인 행보를 지켜보면서 그가 왜 '가난한 자의 벗', '거리의 사제'로 불리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삶으로 보여주는 교황의 낮은 모습에서 교리 차이를 내세우며 반대만 하는 개신교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 안젤라 이(34·LA) 씨는 "개신교 일각의 극단적 반응에 대해 정작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 방한의 기쁨이 크기 때문인지 별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며 "사실 비종교인들이 개신교를 더 안 좋게 바라보진 않을까 우려가 되고 종교적 교리를 떠나 왜 세상이 교황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지 신앙적 의미를 살펴본다면 개신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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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돌아봐야 합니다”

개신교 자성의 목소리도
배울 부분 있으면 배워야


교황의 방한은 개신교 내 자성의 목소리를 끌어내기도 했다.

미주기독교이단대책연구회 한선희 목사는 “우리는 그동안 건물을 키우고 교회를 성장시키는데만 집중하다 보니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개신교 본연의 개혁정신을 잃은 부분도 있다”며 “물론 가톨릭은 개신교와 교리상으로 엄연히 다르지만 우리도 이를 계기로 성경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과의 소통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님의교회 김병학 목사는 “만약 개신교가 교황 방문에 대해 좀 더 성숙한 태도로 대했다면 어땠을까”라며 “이번을 계기로 종교적인 의견을 표명할 때는 동시에 사회적인 동의를 함께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개신교인 레이 김(33·토런스) 씨는 “이번 교황 방문을 지켜보면서 가톨릭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부분이 어쩌면 개신교가 실패하고 있는 지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타종교지만 배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신교회가 적극적으로 배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인 2세 사역자 제이든 김 목사는 “현재 개신교회와 일부 목회자가 치부를 드러낸 사건도 많지만, 사실 개신교 내에도 묵묵히 소명을 감당하는 훌륭한 목사와 교회도 많다”며 “비록 죄인이지만 은혜로 구원받은 감사함 속에서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 한다면 세상도 우리 안에 살아계신 ‘예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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