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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정당방위 총격'의 애매한 경계

김완신/논설실장

퍼거슨 시의 흑인 총격피살 사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일 비무장의 흑인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은 도로 한가운데를 걷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는 과정에서 최소 6발의 총탄을 맞아 사망했다. 정확한 사건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는 격화되고 있다. 분노한 흑인들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주방위군까지 투입됐다.

흑인 시위대는 경찰이 비무장 청년에게 수발의 총격을 가해 죽게 한 것은 명백한 살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경찰당국은 '정당방위 살인(Justifiable Homicide)'이라며 맞선다. 정당방위 살인은 악의나 범행의도 없이 자기방어 차원에서 이뤄지는 살인이다. 경찰의 경우는 임무 수행 중에 정당방위를 이유로 시민을 죽게 한 것을 뜻한다.

워싱턴포스트가 FBI 통계를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2년 사이 매년 최저 300여 명에서 최대 450여 명이 경찰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통계는 모든 사법당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니라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트는 통계수치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두 가지의 트렌드에 주목한다. 첫째는 지난 20년간 경찰총격 사망자가 늘어난 것에 반비례해 범죄 건수는 줄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에는 폭력범죄 1만건 당 경찰의 정당방위 살해는 1.91건이었으나 2005년에는 2.5건으로 늘었고 최근 자료인 2012년 통계에서는 3.38건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경찰 총격살해가 늘어난 반면 범죄건수는 매년 감소해 1991년에는 192만건, 2005년에는 139만건, 2012년에는 121만건을 기록했다. 경찰의 정당방위 살인이 많을수록 범죄는 줄어든다는 역설이다.



또 다른 특징은 소총(Rifle)에 의한 경찰 정당방위 총격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총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권총 사용은 변화가 없었지만 소총은 20년 전과 비교해 3배 넘게 늘었다.

경찰총격이 발생할 때마다 정당방위와 공권력의 한계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해자가 백인경관이고 피해자가 흑인일 경우 논란은 법리적 차원을 넘어 인종문제로 비화된다. 퍼거슨의 흑인커뮤니티는 비무장 시민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브라운이 흑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평화적 시위에 중무장한 방위군을 투입한 것도 흑인들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한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청년을 살해한 대런 윌슨 경관을 옹호하는 그룹이 결성돼 퍼거슨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조우시라고 이름을 밝힌 한 여성이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해 윌슨 옹호 발언을 하면서 지지그룹이 시작됐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급격히 확산되면서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수만명의 동조자를 만들고 있다.

흑인들의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백인이 중심이 된 윌슨 경관 지지그룹 결성으로 퍼거슨 사태는 흑백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휴가지에서 급히 돌아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위대와 진압대 모두에게 자제를 요청했지만 진정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뉴욕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숨진 에릭 가너 사건까지 겹쳐 사태는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FBI는 재부검을 통해 브라운의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번 사건의 경위는 좀 더 정확히 밝혀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인종차별의 문제는 남는다. 흑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항상 피해자이고 백인은 가해자일 수밖에 없다. 백인은 그들의 정당한 행위도 인종문제에 걸리면 차별이 된다고 항변한다.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줄 수가 없어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미국의 딜레마다. 미주리주의 작은 도시 퍼거슨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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