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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자비의 종교' 이슬람의 기자 참수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19일 이라크 급진 수니파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슬람국가는 미국의 이라크 공습에 항거하는 뜻으로 참수했다고 밝혔다.

동영상이 알려지면서 세계는 또다시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만행에 분개하고 있다. 심지어 무슬림조차도 일부 과격주의자들의 잔혹한 행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는 극단주의 탈레반의 축구장 공개처형 이야기가 나온다. 카불 축구장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사형을 집행하면서 극도의 공포심을 조장한다. 아프간 왕정붕괴와 소련침공 등의 혼란기를 이용해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런 방식의 공포를 통치수단으로 사용했다.

호세이니의 다른 작품에도 탈레반이 주민들에게 지침을 발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슬람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체를 절단하는 야만적인 형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도둑질을 하면 손목을 자른다. 재범일 경우에는 발을 자른다. 손톱을 치장하면 손가락을 자르고 간통을 하면 죽을 때까지 돌로 쳐 죽인다.'



1988년에는 영국작가 살만 루시디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일대기를 다룬 '악마의 시'를 발표하자 작가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루시디의 10년간 도피생활 끝에 사형선고는 철회됐지만 그 사이 소설의 일본 번역자가 목이 잘려 살해됐다. 2004년에는 한국인 김선일씨가 이슬람교 무장단체인 자마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의 인질로 납치돼 참수당했다. 또한 2005년에는 덴마크 일간지가 무함마드의 초상을 신문만평에 게재해 불거진 각국의 시위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일부 과격주의 이슬람 단체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이전 이슬람의 역사에는 관용의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19세기 들어 아랍이 기독교권인 유럽의 지배를 받으면서 호전적인 집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지하드'도 원래는 성스러운 전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알라신을 믿는 모든 종교행위를 함축했었다.

이슬람은 기독교 세계와 가장 치열히게 싸웠던 십자군 전쟁 때에도 자비의 정신을 잃지 않았다. 제3차 십자군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이슬람권의 최고 통치자 살라딘은 종교를 초월하는 관용을 베풀었다. 영국 포로들에게 어떠한 잔혹한 행위도 하지 않고 모두 석방시켰다. 이슬람의 최고의 가치는 '자비'라고 외쳤던 살라딘은 일부 급진파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지만 이슬람 역사의 가장 위대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16~17세기 세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대제국을 건설했던 이슬람 왕조 오스만 제국은 점령지의 비이슬람적인 문화와 전통을 존중해주는 관대한 정책을 실시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종족이 달라 칼을 들고, 영토를 넓히려 총을 쏜다.

그러나 가장 잔인한 전쟁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 서방과 이슬람의 수세기에 걸친 전쟁도 결국은 종교적 갈등에 해묵은 뿌리를 두고 있다. 종교적 신념은 사랑과 자비의 정신을 일깨우지만, 잘못된 종교적 맹신은 살상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

'이슬람 국가'는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 또다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티로프도 참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유엔를 비롯한 세계각국에서 끔찍한 참수를 규탄하고 있지만 과격주의자들에게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신의 뜻일 뿐이다.

이라크 정부와 반군의 싸움, 그리고 미국의 공습도 언젠가는 끝나고 전쟁의 상처도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해진 수많은 악행은 오래도록 남는다. 종교적 신념도, 정치적 명분도 무고한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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