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대책없이 폐쇄 먼저...출퇴근길 1년간 끔찍

승객 몰리고 버스 병목현상 겹쳐 아수라장
버스회사도 손 놔…다리 통과 5분→30분

[현장 속으로] 공사로 대혼란, GWB 버스 터미널을 가다


25일 맨해튼 178~179스트릿 사이 조지워싱턴브리지(GWB) 버스 터미널. 북부 뉴저지 거주 한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이곳에서는 성난 승객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부터 시작된 대규모 개보수 공사로 인해 폐쇄된 GWB 터미널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앞으로 1년간 계속되는 공사에 대해 터미널을 관리하는 뉴욕·뉴저지 항만청은 버스 운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승객들이 겪는 불편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퇴근길 승객이 몰린 이날 오후 6시30분. 터미널에서 유일하게 이용 가능한 3층 승강장에서는 공사로 인해 2차선으로 좁아진 도로 때문에 버스들 간 병목 현상이 빚어졌다.



여기에 버스를 타기 위해 한꺼번에 몰린 수백 명의 승객들은 줄을 서기 힘들 만큼 좁아진 인도 때문에 큰 불편을 겪었다.

병목 현상으로 인해 버스들은 제때 출발할 수 없었으며 승강장 위치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승객들 때문에 터미널은 혼란 그 자체였다. 일부 승객들은 줄을 서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다른 승객들이 밀려들면서 줄을 서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이 때문에 평상시 2달러의 요금으로 5분 만에 GWB를 건널 수 있었던 버스가 30분 넘게 걸렸다. 이날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GWB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많은 시민들은 아수라장이 된 승강장의 모습에 지친 모습이었다.

버스를 타지 못한 채 계속 승강장에 서 있던 한 히스패닉 여성은 버스회사 안전 요원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왜 줄을 제대로 세우지 않느냐”며 고성을 질렀으며 다른 승객들 역시 “너무 혼란스럽다”며 얼굴을 연신 찌푸렸다.

맨해튼의 한 의류회사에서 포트리로 퇴근 중이던 이지은씨는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며 “42스트릿의 포트오소리티 버스 터미널을 통해 출퇴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럽기는 버스 회사 측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2000여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익스프레스버스 조 곤잘레스 대표는 “시행 첫날이어서 더욱 혼란스러웠다”며 “공사 전에는 1층 승강장에 5~8대의 버스들이 대기하며 승객들을 실어 날랐지만 지금은 1개 승강장으로 줄어들어 특별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직원 대상 교육을 좀 더 강화해 지금보다는 효율적으로 버스 운행이 이뤄지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63년 문을 연 GWB 버스 터미널은 노후화 문제 등으로 인해 대대적인 개보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항만청 측의 입장이다. 약 1억8000만 달러가 투입되는 이번 공사가 끝나면 버스 탑승수가 21개로 늘어나며, 소매업소 공간도 현재 3만 스퀘어피트에서 12만 스퀘어피트로 4배가 확장된다며 항만청 측은 기대를 표시했다.

연간 약 500만 명이 뉴욕-뉴저지를 오가는 데 이용하는 이 터미널이 폐쇄되면서 일어나게 되는 불편에 대한 대비는 크게 부족한 모습이었다.

터미널 폐쇄 이틀 째인 26일 출근길 역시 승객들의 혼란은 계속됐다. 폐쇄 전에는 버스 승강장에서 내린 뒤 터미널 내부로 이어진 175스트릿 A전철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터미널 내부가 폐쇄돼 건물 밖으로 완전히 나온 뒤 전철역을 찾아야 했다.

포트리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손유정씨는 “전철역 위치를 알지 못해 터미널을 한 바퀴 돌았다”면서 “안내 요원도 찾기 어려워 길 찾는 데 시간을 낭비했다”고 불만 섞인 하소연을 했다.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75스트릿 A전철역에서 만난 한 백인 부부는 폐쇄된 터미널 통로를 보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전철역에는 밖으로 나가면 터미널을 찾을 수 있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결국 이들 부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터미널을 찾을 수 있었지만 버스 승강장 위치를 몰라 한참을 헤매야 했다.

터미널과 전철역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군데 군데 터미널 폐쇄와 위치 등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안내문도 영어와 스페인어로만 작성돼 한인·중국인 등 아시안을 위한 배려가 아쉬웠다.

터미널 근처의 한 60대 중국인 여성은 한참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기자에게 중국어로 전철역 위치를 물었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안내를 하니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글이나 중국어 안내문을 작성해 부착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 터미널 안전 요원은 “잘 모르겠다”며 “이제까지 한글 등으로 안내문이 작성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서한서·김수형 기자

hseo@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