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미국인들 "미 정부 석방 도와 달라"

CNN 케네스 배씨 등 3명 인터뷰 방영
본격 협상 예고…관계 개선 물꼬 기대

케네스 배(한국이름 배준호.46)씨를 비롯해 북한에 억류 중인 세 명의 미국인을 CNN이 인터뷰해 1일 방송했다.

북한은 평양을 방문 중이던 CNN 윌 리플리 기자에게 이례적으로 배씨와 매튜 토드 밀러(24).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 등의 인터뷰를 허용해 이들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북한 경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양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씨는 "교화소에서 하루 8시간 1주일에 6일을 농사나 다른 중노동을 한다"면서도 "인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또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배씨는 지난 2012년 11월 북한에 입국했다가 '북한 정부 전복 기도' 혐의로 체포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 4월 억류된 다른 두 명은 아직 재판 대기 중이다.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석방을 도와달라고 미국 정부에 호소했으며 이를 위해 특사를 북한에 파견해 석방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리플리 기자는 AP통신 등에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에 들어가 고위 관리를 만날 것이라고 얘기를 들었으나 갑자기 모처로 안내됐는데 억류 중인 미국인들이 나타났다"고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날 방송 후 빌 리처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북한 측의 인터뷰 허용은 대화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라고 평가하는 등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를 미국과의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태도에 대해 미국 정부도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패트릭 벤트렐 대변인은 이날 "미국 정부는 억류된 미국인들을 석방시키는 데 최우선을 두고 있으며 백악관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매우 주의 깊게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방송 직후 젠 사키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외국에 있는 미국 시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우리는 미국 시민 3인의 석방을 위한 작업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무부는 DPRK(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라는 북한의 정식 국호를 사용하며 이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해 대화를 통한 협상 의지를 부각시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이들의 석방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고 나아가 북.미 관계 개선의 물꼬가 터질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다.

박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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