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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맥도널드와 '관성의 법칙'

김완신/논설실장

뉴턴의 제1 운동법칙인 '관성의 법칙' 정의는 다음과 같다.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외부로부터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속력과 방향을 변화시키는 것이 없으면 물체는 현재처럼 계속 진행한다. 반대로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어떤 힘에 의해 움직일 때까지 현 위치에 머문다.'

물리학 공식을 적용하면 복잡해지겠지만 관성의 법칙을 풀어 설명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쉽게 말해 힘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던 것은 계속 움직이고 멈췄던 것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학교 때 관성의 법칙을 배우기는 했지만 지금은 '암기'된 정의를 기억하는 수준으로만 남아있다. 과학적 사실을 '이해'가 아니라 외워서 기억하다 보니 관성의 법칙이 왜 물리학의 위대한 발견이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술어적인 단순 정의가 세상 사는 이치를 은유한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관성의 법칙이 새삼 떠오른 것은 지난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된 대형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 기사를 읽고 난 후였다. 기사의 요지는 맥도널드가 주 고객층이었던 20~30대 소비자의 급격한 감소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내용이다. 젊은층이 맥도널드를 외면하면서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맥도널드는 2003년 이래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점포에서 급격한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2011년과 현재를 비교할 때 19~21세 소비자는 12.9%포인트 감소했고 22~27세 소비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반면 레스토랑 컨설팅업체인 테크노믹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중소 패스트푸드점의 19~21세 소비자 방문율은 2.3%포인트, 22~37세는 5.2%포인트 증가했다. 맥도널드가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을 따라가지 못하고 예전의 맛에 안주하면서 신생 패스트푸드점으로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세대에는 패스트푸드점이 많지 않아 젊은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내 패스트푸드점은 총 9000개로 단일 회사 맥도널드의 매장 1만4000개 보다도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타 패스트푸드점이 2만1000개로 늘어난 반면 맥도널드는 미미한 증가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관성(Inertia)은 물리학 전문용어지만 일반 용어로는 타성과 동의어다. 관성의 어원은 라틴어 이네르스(iners)라고 한다. 이네르스의 뜻은 두 가지다. '게으른, 나태한, 정체된' 또는 '기술(기교)이 없는, 재능없는' 등의 뜻을 갖는다.

테크노믹의 애널리스트들은 맥도널드가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을 찾는 젊은이들의 기호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않고 타성에 젖어 경쟁에 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맥도널드 최고브랜드책임자도 "취향이 다양해진 밀레니엄 세대에게서 브랜드 충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달 컨수머리포트가 3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맥도널드가 20개 회사의 햄버거 중 최하위 맛으로 조사했다. 예전과는 달리 유명 브랜드가 더 이상 구입의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맥도널드가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거대 회사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방향성을 바꾸기에는 관성의 힘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관성을 깨뜨리는 대표적 요소는 중력, 공기저항, 마찰력 등이다. 이제까지 맥도널드는 거대한 바위를 굴려놓고 중력과 공기가 없는 관성의 무풍지대를 지나왔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도 바뀌었고 입맛도 변했다. 큰 바위인 만큼 맞아야 하는 바람도 세다. 이 세상에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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