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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소설 '애로우스미스'

1920년에 '메인 스트리트'로 성공을 이룬 싱클레어 루이스는 이어 1922년에 '배비트'(Babbitt)란 소설을 발표했다. 46세의 조지 배비트는 중서부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사업에는 성공했으나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그의 가치관은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주위에 순응하여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점차 이런 생활에 환멸을 느껴 저항도 해 보지만 결국은 관습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순응주의로 복귀하고 만다. “속물근성”이나 “속물 취미”를 의미하는 Babbittry란 단어는 이 주인공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1925년 그는 대표작으로 꼽히는 '애로우스미스' (Arrowsmith)를 발표했다. 애로우스미스는 재물이나 사회적 지위 향상보다는 이상을 실현하기를 꿈 구는 젊은 의사다. 작가는 아버지가 의사인지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고 주인공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마을에서 개업하며 나중에 도시로 진출하여 공중 보건의사가 되고 난 다음 유명한 시카고의 클리닉으로 옮겼다가 뉴욕의 연구소로 영전하는 과정을 자세하고 실감 있게 추적한다. 후에 전염병이 창궐하는 커리비언 섬에서 일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상업적 압력에서 벗어나 순수한 연구를 실행할 수 있는 개인 실험실을 운영하게 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에로우스미스란 이상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의사를 주인공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그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당시 의사들의 이기주의, 위선과 탐욕 등을 고발했다. 그는 이 소설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러나 뜻 밖에 그가 수상을 거부함으로써 문단을 경악시켰다. 그는 퓰리처 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자기는 윤리적 이유로 거부한다고 했다. 퓰리처상은 그 해에 발표된 가장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 미국 문화의 건전한 면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에 수상되는데 자기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애로우스미스’란 작품은 미국 문화의 장점을 들어내는 대신 미국 사회의 단점을 비판하는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수상 거부 뒤에는 과거에 몇 번 자신의 작품이 수상 후보에 올랐다가 낙선된 데서 오는 불만을 나타낸 것이고 또 교묘하게 자신의 인기를 끌어올리려는 계산된 시도라고 보았다. 실제로 그의 초기작인 '메인 스트리트'는 퓰리처상 최종심사에 올라갔었다. 그러나 이디트 워튼이란 여류작가 작품에 밀려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다.



그의 음주벽은 1920대에 시작하여 차차 악화되어 결국 부인과 이혼하게 되었다. '애로우스미스'를 집필할 무렵에는 항상 술을 마시면서 소설을 썼다.

그는 음주와 창작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에드거 앨런 포 이후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지 않은 미국 작가가 5명이나 되는지 손으로 꼽아보라고 자신 있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혼한지 한 달 만에 그는 이름을 날리던 여성 기자와 결혼하여 유럽을 여행했는데 그는 항상 술을 많이 마셨고 그럴 때마다 자제심을 잃어 동료들을 공격해서 인심을 잃었다. 일화에 의하면 그는 장기간에 걸친 음주로 인해 얼굴이 몹시 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헤밍웨이는 루이스의 추한 얼굴 모습을 자신의 작품인 '강을 건너 숲 속으로'에서 여러 번 묘사했다. 헤밍웨이 부부가 베니스에 갔을 때 멀리서 루이스의 모습을 발견할 당시 부인이던 매리 헤밍웨이는 이렇게 적었다. “그의 얼굴은 오래 꺼내두어 누렇게 변해버린 간덩이 같이 보였다.”

업튼 싱클레어는 “나는 싱클레어 루이스만큼 심하게 취한 사람은 일생 본 적이 없다. 그는 태어난 체질로 인해 66세까지나 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극적인 것은 창작 능력의 상실과 즐거움을 빼앗긴 생활이었다.”라고 말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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