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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역전 만루홈런 같은 감동

[LA중앙일보] 발행 2014/09/0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09/07 21:35

김 동 필/사회부장

LA다저스의 칼 크로포드는 메이저리그에 많지 않은 흑인 선수중 한명이다. 요즘 성적은 기대치에 못 미치지만 잘 치고, 잘 달리는 특급선수다. 하지만 올해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 더 빛났다. 어린이들의 야구잔치인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팀을 남 모르게 도운 미담 때문이다.

그가 후원한 팀은 시카고 지역 대표로 출전한 '재키 로빈슨 웨스트.'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이름을 딴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전원 흑인 어린이들로 구성된 팀이다. 때문이 이 팀은 출전 자체가 화제였다. 경기력도 뛰어나 비록 한국팀에 패해 월드 챔피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미국 챔피언 타이틀은 차지했다.

그런데 크로포드는 사실 이 팀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그의 고향팀(크로포드는 텍사스 주 휴스턴 출신)도 아니고, 팀 멤버 중에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아직도 팀 멤버들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한다. 다만 "그들에게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그의 마음 씀씀이가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보는 느낌이다.

답답하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많은 요즘 팀 동료들도 몰랐던 크로포드의 선행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런데 잘 둘러보면 감동을 주는 보석같은 존재들이 곳곳에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

요즘 지구촌의 화제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루게릭 환자를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벤트지만 참여자들은 얼음물을 뒤집어 쓰면서 주변도 돌아볼 것이기 때문이다. 수 많은 참여자들을 보면 그동안 계기를 찾지 못해 망설였던 감동 전도사들이 과감히(?) 행동에 나서든 듯하다. 사실 감동의 계기는 만들기 나름이다. 꼭 거창하거나 치밀할 필요가 없다. 작은 배려나 마음 씀씀이로도 충분할 수 있다.

얼마 전 플로리다 주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뒷사람 커피값 대신 내주기'가 벌어져 화제를 모았다. 수요일 아침 드라이브 스루로 커피를 주문한 한 여성이 뒷사람의 커피값까지 대신 내주며 시작된 이벤트는 총 11시간 동안 378명까지 이어졌다.

릴레이가 끊긴 이유도 마지막 고객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였다고 하니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다.

처음 시작한 여성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사람들을 미소짓게 할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마 릴레이에 참여한 378명은 '오늘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뿌듯함으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살벌한 경쟁이 벌어지는 기업의 세계에도 이단아가 등장했다. 지난 6월 '특허개방' 방침을 밝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CEO(최고경영자)다.

그는 전기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갖고 있는 전기차 관련 특허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허가 곧 돈'인 기업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휴대폰 업계의 라이벌인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이어지고, '특허 사냥꾼'들이 득세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이런 결심은 감동의 전파가 목적이 아니라 전기차 시장 자체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충분히 '독식'도 가능한 상황에서 그보다는 업계 전체를 봤다는 측면에서 그의 결심은 충분히 여운을 남긴다.

어떤 것이 됐건 감동받을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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