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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음악과 시력장애

시력을 잃은 음악가나 시인(‘실락원’의 저자 존 밀턴 같은)의 존재는 묘한 감정을 준다. 마치 신이 그들로부터 시력을 빼앗아 간 대신 다른 기능을 주어 보상한 듯한.

시각 상실 음악인들은 특히 가스펠이나 재즈 가수에 많이 볼 수 있다. 레이 찰스나 스티비 원더 같은 흑인 가수들은 세계적인 명성을 타고 있으며 그 외에도 TV를 통해 가끔씩 부흥회 같은 모임에서 흑인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간의 대뇌 피질에서 그 1/3이상이 시각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력을 잃으면 두뇌의 광범위한 부위에서 그 손상을 보상하려는 대규모 변화가 진행된다. 그런 결과인지 시력이 정상인 음악가들 중 10%만이 절대음감을 갖고 있는데 비해 장님 음악가의 60%가 그런 능력을 지닌다. 그래서 아마도 피아노 조율사에서 가끔씩 맹인을 볼 때가 있다.

그리고 뛰어난 재질을 보이는 정상인 음악가는 보통 6-8세 이전부터 시작한 음악 교육이 필요한데 비해 맹인 음악 음악가에서는 아주 어려서부터가 아니고 사춘기까지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음악에서만이 아니라 시력장애인들은 언어 발달이 빠르고 언어 기억력도 높다고 한다.



음악에 정진하기 위해 일부러 장님에 되는 이야기는 중국 고사에 나온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에는 사광이란 선비가 있었다. 음악에만 전념하려고 해도 기법이 정밀하지 못하고 마음도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눈으로 너무 많은 것을 보기 때문에 생각이 여러 곳으로 흩어진다고 생각해서 쑥에 불을 붙여 두 눈을 스스로 멀게 했다. 그 후에 그는 음악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여 드디어는 악성이름까지 듣게 되었고 그 경지에 이르러 천지의 이치에 통달하고 길흉까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20여 년 전에 영화화되어 크게 인기를 얻은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에서도 여자 주인공은 눈이 먼다. 인기가 없어져 북 잡이마저 떠난 상태에서 창을 하는 여주인공까지 도망가 버린다면 생계마저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뜨내기 소리꾼은 그녀를 붙잡아 두려는 목적으로 그녀의 눈을 멀게 한다. 이 소설에서는 그녀의 목소리는 곱기만 하지 가슴을 칼로 여미는 한이 없기 때문에 한을 심어주기 위해 눈을 멀게 했다고 미화시킨다. 그러니까 ‘서편제’는 타의에 의해 맹인이 된 창 소리의 여주인공 이야기다.

서양 고전음악에서는 근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바흐가 말년에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일생을 통해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신실한 신앙심을 지킨 그는 노년기라고 해서 시력을 잃은 후에 작곡생활이나 오르간 연주를 중지했다는 기록은 없다.

20세기 스페인의 작곡가아며 피아니스트일 호아킨 로드리요(Joaquin Rodrigo, 1901-1997)는 3살 때 디프테리아를 앓은 후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일생 작곡과 연주에 전념하여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 첼로, 플루트, 기타, 피아노, 하프,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성악곡 등 수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들 중에서도 1939년에 작곡한 기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아랑헤스 콘체르토’(Concerto de Aranjuez)가 유명하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예술 각 부분에서는 전통을 깨고 새로운 기법을 이용하는 추세가 있었다. 그래서 음악에서는 예를 들어 고전적인 화성을 깨는 무조 음악이 등장했다. 그러나 화성은 음악은 근간이다. 이것이 없으면 음악은 소음이 되고 만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겠지만 이것은 감상한다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아직도 20세기에 발표된 음악들은 18세기나 19세기에 나온 음악에 비해 연주되는 비율이 낮다. 그러나 ‘아랑헤스 콘체르토’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연주되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 언급을 피할 수 없는 맹인 음악가에는 현재도 활동 중인 이탈리아 출신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1958- )가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약시로 태어났다. 당시 진단은 선천성 녹내장. 그런데 12살에 축구를 하다가 눈에 부상을 당해 영구히 실명하게 된다. 그의 감미로운 음성은 타고난 재질 때문이겠지만 아주 정확한 음정은 시력 상실로 인해 보강되었을 수도 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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