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의 눈] 한 달 간 둘러본 '내 고향은 지금'

신승우/사회부 차장

7월23일 새벽, 인천공항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자 곧 문이 열렸고 입국수속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그 틈에서 종종 걸음을 걸으며 한 달간의 취재일정을 시작했다.

옷가지, 생필품 등이 잔뜩 든 대형 트렁크를 끌고 버스에 올라 숙소로 향했다. 운전대에서 해방돼 비오는 창밖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 행복도 잠시, 에어콘이 나오던 버스에서 내리니 습기 속에 숨은 '7월말 한여름의 열기'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명언(?)처럼 한국의 찜통더위를 즐기기로 했다.

수년 전부터 한국에 나가 살고 있는 남가주호남향우회 박덕양 전 사무국장의 도움을 받아 경기도 고양시를 필두로 전라남도, 경상남도 그리고 강원도 등 11군데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했다. 한국에 살 때 갈 수 없었던, 가보지 못했던 지역들까지 갈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그러나 숨이 턱턱 막히는 삼복더위에 아침 8시부터 12시간 동안 빡빡하게 짜여진 스케줄을 모두 소화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렇다고 자기 고장을 소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지방 공무원들 앞에서 힘들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한국의 발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규모가 작은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아직 선진국 기준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를 보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몸부림이 눈에 보였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별로 관광지를 개발해 시설을 현대화하고 특화된 축제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고향의 산천은 아름다웠다. 말리부 해변과 나폴리 항구가 제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남해안에 그림처럼 펼쳐져있는 다도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태어나고 자랐던 고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한군데, 두군데 취재가 끝났고 드디어 지난 10일자로 1탄 전남 강진군편이 신문에 보도됐다.

기사를 잘 봤다는 연락과 왜 자기 고향은 스케줄에 빠져 있냐는 애교섞인 독자 항의도 있었다. 강진이 자신의 고향은 아니지만 고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전화도 있었다. 뉴스나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고국 소식은 정치갈등, 노사분규, 양극화현상, 청년실업 등 대부분 시끄럽고 안타까운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특히 최근에는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주변의 많은 한인들은 한국을 이야기 할 때 다시 들어가 살기는 싫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해준 조국을 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고국을 영어로는 '마더랜드(motherland)'라고 부른다. 기자는 앞으로 '내 고향은 지금'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고국의 모습을 최대한 생생하게전달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한국에 가면 거의 모든 일정을 서울에서 보내는데 앞으로는 시간을 내서라도 지방을 방문하길 권한다. 힘든 이민생활에 지친 한인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치유의 시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