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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40년을 달려왔다' 숨은 뜻 찾기

정구현/사회부 차장

1974년, 처음 만들어졌다.

초콜릿을 바른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었다. 듣도보도 못한 과자였다.

딱딱한 비스킷에 마시멜로를 묻혀 숙성시켰더니 촉촉한 빵으로 변신했다. 겉의 초콜릿과 안쪽의 마시멜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했다.

올해 판매 40주년을 맞은 초코파이다. 시판 당시 가격은 50원으로 비쌌다. 화랑 담배 한 갑이 10원이던 시절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던 때 한낱 과자가 비싸면 팔리겠냐 싶었겠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시 첫해 매출만 10억원이었다. 맛과 배고픔을 동시에 해결해준 덕분이었다.

지름 7cm, 높이 2.3cm의 작은 파이는 이후 '정(情)'이라는 한국 고유의 정서까지 더해져 1등 과자가 됐다.

같은 해에 한국은 또 다른 역사적 제품을 처음 만들었다. 현대가 개발한 국산 고유모델 차량인 '포니'다. 한국인의 취향과 체격, 도로사정에 맞는 디자인에 경제성과 내구성까지 갖춘 차였다.

소형차 포니는 차량판매량의 80%가 중형차이던 시절에 시장 판도를 바꿨다. 시판 첫해인 1976년에 1만726대가 팔려 전체 승용차시장의 43.56%를 점유하며 '마이카 시대'를 열었다.

이후 포니는 1982년 포니 2로, 1985년 포니 엑셀로 진화해 1994년 뉴 엑셀로 단종됐지만 현대 차의 DNA로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해 미국에서도 세상을 바꾼 제품이 개발됐다.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8080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한다. 이 작은 칩 덕분에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가능성이 열렸다.

장차 세상을 바꿀 제품들이 속속 태어나던 그해는 미주중앙일보의 출생년도기도 하다. 앞으로 1주일 남은 40주년 창간 기념일을 앞두고 특집판을 바쁘게 준비하면서 그해 동갑내기 '혁신'들을 찾아보게 됐다.

최초의 혁신 제품들과 미주 중앙일보를 비교하는 일을 무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기껏해야 글과 광고를 찍은 수많은 신문중 하나 아니냐고 말이다. 그런데 불혹을 맞은 혁신 제품들의 속성은 사실 미주 중앙일보의 의무와 같다. 신문은 초코파이처럼 달콤하고, 자동차 같이 편리하고 편안해야 하며, 컴퓨터처럼 정확하고 진화해야 한다.

미주 중앙일보의 40년을 돌아보는 작업은 행간의 숨은 뜻 찾기와도 같았다. 예를 들어 '아이를 키웠다'는 문장처럼 말이다. 여섯 글자에는 만성 수면부족, 가계부의 빨간 줄, 응급실의 가슴 졸임, 반복 학습의 인내심까지 부모된 일상의 희생이 틈틈이 박혀있다.

'40년을 달려왔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생략된 말은 '언제'다. 신문 제작일로 1만2000여일간 하루도 내일 신문 제작의 약속을 거르지 않았다.

숨겨진 주어는 떠난 선배, 이직한 후배, 현재 중앙일보 모든 식구들이다. 기사 처리 방향을 두고 감정의 날을 세운 선후배 기자의 전쟁같은 토론과 오직 매출로 능력을 평가받는 광고직원들의 억울함, 신문 끊겠다는 독자들의 항의에 일단 무조건 죄송하다 해야하는 판매직원들의 아픔이 인쇄기를 돌린 동력이었다.

궁극적인 주어는 미주 중앙일보 직원 이전에 독자들이다. 본지가 '오감 매체'임을 믿어줬다. 신문의 냄새를 맡고, 펼치고, 읽고, 넘긴 뒤 곱씹었다. 지면에 소개된 어려운 이들을 도와줬고, 바로잡는 일에 박수를 쳐줬다.

생명력이 길다는 뜻은 단순한 물리적 시간의 길이를 뜻하지 않는다. 생명력은 밀도다. 얼마나 지속됐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됐느냐다. 40년을 달렸다는 문장에서 생략된 '어떻게'는 '오늘 현재에 내일을 만드는 것'이었다.

궁극적인 주어인 독자 앞에서 또 다른 주어중 하나인 기자가 고민해야 할 다음 문장이 남았다.

2014년, 오늘도 처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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