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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누가 아무 말이나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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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4/09/15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4/09/14 18:07

최 주 미 / 조인스아메리카 차장

"너무 외로워요."
9월의 첫날 'ASK미국' 게시판에 처연한 여섯 글자의 제목이 떴다. 22살 한 한인 남성이 오하이오에서 올린 독백이었다.
"저는 22살 미국 온 지 8년 됐고 오하이오 톨리도에 살고 있어요. 부모님은 이혼하셨고요. 어머니랑 중학교 3학년까지 살다가 미국에 계신 아버지와 살려고 3살 많은 누나와 이민 왔어요. 어머니는 한국에 혼자 계시고 누나와 아버지는 같이 살고 있고 전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혼자 아파트를 구해 살고 있어요…지난 8년 동안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미국서 재혼한 아버지와 10년만에 만나 살면서 한인도 없는 낯선 곳에서 매우 힘든 고교시절을 보냈다는 이 청년은 매사에 의욕이 없고 한국과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 TV프로라도 우연히 보면 눈물이 나고 너무너무 외롭다는 장문의 사연을 올렸다. 그리곤 주저앉듯 마지막 한마디를 적었다. "누가 아무 말이나 해 주세요."

우리는 외롭다. 혼자일 때 외롭지만 사람 속에 섞일 때 극명하게 더 외롭다. 친구가 없어 외롭고 너무 많은 친구들 속에서 절망적으로 외롭다. 나이를 먹어 외롭고 이민자로 살기에 외롭다. 영어가 서툴러 외롭고 한국말을 써도 마음이 안 통해 더 외롭다.

관계와 소통의 부재 혹은 단절로 인한 외로움은 바쁜 일상 때문에 가치있는 관심을 나누지 못하는 현대인의 신분증이다. '친한 사람' 은 없고 '아는 사람'만 늘어나는 일상, 온라인 게시판이나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에 자신의 사소한 개인사를 기록하고 불특정한 상대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심지어 의견 대립이나 욕설까지 주고받는 심정 저변을 들여다보면 결국 그 처음은 너나 가릴 것 없이 멍든 가슴 외로움이다.

그런데 이처럼 가면 속에 감춰진 외로움은 치유되지 못한다. '외로우면 지는 것' 이라고 애써 활짝 웃고 목청 높여 악을 쓰면 사람들은 의례적인 박수를 보내거나 맞서 싸울 뿐이다.

"너무 외로워요 누구라도 아무 말이나 해 주세요." 맨 얼굴로 상처를 내보인 오하이오 청년의 호소는 너무 정직해 마음을 울렸다. 감출 길 없는 자신의 외로움을 떠올린 사람들은 거친 목소리를 가다듬었고 줄이은 따뜻한 공감의 답변으로 그의 어깨를 감쌌다.

오죽 외로웠으면 여기에 글을 썼을까,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용기다,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성공해보는 경험을 만들면 좋겠다, 부양가족이 없는 젊은 나이니 조금만 인내하며 내일을 기약하라, 두만강 건너 북에서 탈출한 나도 좌절하지 않고 살다보니 앞길이 열리더라 자신감을 가져라….

그의 영문 아이디를 한글 타이핑하자 평범한 한국 남자 이름 두 글자가 가만히 드러났다. 상처난 성장기에 미국 땅으로 옮겨져 방황하는 한인 청년의 외로움이 무심한 영문자 아이디에도 묻어났다. '인터넷에 매달리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느라'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고 외로움이 가중된다는 온라인 유죄설이 뭐라 하건, 갈 곳 없는 외로움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열린 창으로의 온라인 사용권은 각자에게 주어져 있다. 그 창을 열자 사람들은 손을 잡아줬다.

"잠 안 오는 밤에 푸념하듯이 쓴 글인데…. 너무 남 탓만 한 것 같고 창피해서 지우려고 들어왔는데 위로 글 많이 남겨 주셔서 너무너무 힘이 많이 돼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오하이오로부터의 인사말에 게시판 사람들은 힘을 얻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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