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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계문 수행

'정당한 일은 죽기로써 행하고, 부당한 일은 죽기로서 아니하는' 실행공부의 대표적 과목인 '계문'은 이 중에서도 '부당한 일을 죽기로서 아니하는 공부'다.

명상을 통해 정신을 맑혀야 지혜가 솟고, 지혜 단련을 통해 정의와 불의를 바르게 구분할 수 있어야 바른 실행을 할 수 있다.

몸과 입과 마음으로 죄업을 짓게 되면 그것이 원인이 되어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원불교에서 실행은 삼학수행(명상·지혜·실행)의 궁극적 목적이기도 하지만, 위의 예처럼 삼학은 기본적으로 서로 도움이 되고 바탕이 되는 관계이다.

계문이 도리어 사람의 순진한 천성을 억압하고 자유를 속박하는 것 같다는 한 제자의 질문에, 대종사께서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공부인과 초학자 다스리는 법이 같을 수 없고,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일동일정을 엷은 얼음 밟는 것 같이 하여야 하기 때문에 계문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몇 년 만에 만난 누이의 얼굴색과 몸매가 확연히 달라 보여 이유를 물으니, 식이요법을 해서란다. 기본적으로 정시에 정량을 천천히 먹고, 직접 먹는 야채나 유제품은 유기농으로 바꾸고, 각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고, 어지간하면 집에서 직접 해서 먹었단다. 일일이 신경 쓰는 것이 번거롭지 않으냐 물었더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별생각 없이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양이나 종류가 본인이 설정한 기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음식에 대해 서만큼은 자유를 얻은 셈이고, 그 자유를 얻기까지에는 치열한 자기관리가 바탕이 되었을 게다.

참 자유는 '방종(放縱)'을 절제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계문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계문에는 재가불자들이 지켜야 할 5계에서부터 출가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250계, 348계 등이 있지만, 원불교에서는 30계를 두어 공부인의 수준에 따라 차등 있게 지키게 하고 있다.

계문 수행은 첫째, 죽기로써 해야 한다. 다생을 통해 익숙해져 온 습관과 욕심을 항복 받은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둘째,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살인을 하지 말라'도 대상을 사람에 한정할 수도, 모든 생명체에까지 확대할 수도 있고, '간음을 하지 말라'는 조목도 엄격하게는 심중의 간음까지 범계로 처리할 수도 있다. '나태하지 말라'같은 조목은 더욱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 본인의 공부수준과 처지에 맞게 각 계문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부처님께서는 계문을 지키지 않고 성불을 하려는 것을 '모래로 밥을 짓는 것'에 비유하셨고, 대종사께서는 '계문은 수행자의 생명이요 성불의 사다리'라고 하셨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처럼, 부처(깨달은 사람)가 되어야 부처의 행을 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부처의 행(계문)을 하면 곧 부처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닦는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소소한 계문부터 중히 지키고, 계문 수행은 '죽기로써' 할 일이다.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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