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풍향계] 닮고 싶은 노년, 피하고 싶은 노추

이종호/논설위원

사람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좋은 쪽을 보면 나쁜 사람이 없다. 반대로 허물을 찾자 들면 죄다 문제가 있다.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장점을 주로 보면 된다. 인간관계가 힘이 든다면 항상 다른 사람의 단점을 먼저 보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60~70대 '인생 선배님'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종종 있다. 그런 분들과의 만남은 10년 후, 20년 후 내 모습을 미리 본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유익하다. 그들 대부분은 살아온 세월의 더께만큼 생각이 깊고, 이런 저런 경험도 많아 만남 그 자체로 배움이 된다. 물론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다. 그래도 내게는 모두가 스승이다. 장점은 장점 그 자체로 훌륭한 가르침이고 단점은 단점대로 반면교사의 일깨움을 주기 때문이다. 차제에 닮고 싶은 노년, 닮고 싶지 않은 노추를 한 번 생각해 봤다.

나이 들면서 가장 닮고 싶은 것은 겸손하고 온유한 분들이다. 나이 70이지만 모임의 리더로 늘 바쁜 분이 있다. 이력이 화려한 것도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태산을 품을 만큼 넉넉한 마음을 가졌다. 남의 말은 늘 경청하고 궂은일은 도맡아 한다. 그럼에도 얼굴엔 언제나 착한 미소가 머물러 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나도 정말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다.

가까운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는 분들도 닮고 싶다. 60대 중반의 아는 분은 직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아르바이트 일을 한다. 수입은 한창 때의 반의 반도 못된다. 그럼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한다.



그는 '행복 바이러스'다.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무엇보다 즐거워하며 늘 긍정의 기운으로 지인들과의 만남을 이끈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말하지 않는다. 정의와 이념도 들먹이지 않는다. 사회를 명랑하게 하고 세상을 좀 더 살 맛 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하고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가까운 주변을 향한, 작은 실천이라는 것을 그는 증명해 보이고 있다. 나름 멋진 인생이다.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은 분들도 존경스럽다. 신문사로 수시로 글을 보내오는 75세 독자가 있다. 그는 '죽을 때가 가까워오면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안 해 봐서 후회하는 것이 더 많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고무되어 100여개 나라를 배낭여행했다. 그 바탕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유쾌한 노년이다.

나는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지 하는 경우들도 있다. 가장 민망한 것은 트집 잡고 비난하는데 시간 다 보내는 분들이다. 입만 열면 정치 비판이요, 타인의 종교나 사상에 대한 비난이다. 친구나 동문, 심지어 자기가 속한 단체까지 흉을 본다. 건전한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말들은 언제나 부정의 기운만 퍼뜨릴 뿐이다.

용렬함도 보기에 딱하다. 나보다 조금만 못하면 무시하고 배척한다. 나보다 조금만 잘났으면 시기하고 질투한다. 의외로 그런 분들이 많다. 그 나이에 뭐가 그리 안달복달일까. 나보다 못한 사람의 아픔과 처지를 배려하는 긍휼의 마음,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그들의 땀과 수고를 인정해주는 아량이 그렇게 힘든 것일까.

나이 들어 너무 악착같은 것도 좀 그렇다. 그보다는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때로는 속 없이 보이는 분들이 좋아 보인다. 정말 속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생을 관조하는 노년의 지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너 나 없이 우리 모두는 나이를 먹어가고 육신은 쇠락해 간다. 그럼에도 오히려 영혼은 고양되고 정신은 더 성숙해 지는 것이 노년의 축복이다. 하지만 그것도 누구나 다 그런 것이 아니라 늘 감사와 기쁨으로 사는 자들에게만 허락된 축복이리라.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