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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다문화 사회의 '인종 사대주의'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크게 늘었다. 이제는 전철이나 카페 등에서 한국인과 외국인이 어울리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전체 인구의 3%를 차지하는 외국인은 2050년에 7~10%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출산율이 개선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제결혼이 많아지면 외국인 비율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외국인이 늘고 있지만 한국민의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다문화 사회를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민은 예로부터 한민족, 단일민족 등을 앞세우며 '민족'을 강조해 왔다. 이런 의식은 단결과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침을 받아 온 한국이 지금까지 국가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민족 중심의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민족주의는 이런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는 점차 낡은 사상이 돼가고 있다. 독일의 괴테도 "문화 수준이 낮아질수록 민족주의 감정은 강렬하게 고개를 든다"고 강조했다. 민족주의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민족이라는 집단의 이기적인 힘이 잘못된 가치관을 수용하는 동력이 될 때 문제가 된다. 더욱이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은 인권침해라는 치명적인 악덕을 초래한다.

한국의 타민족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이방인을 배척하는 감정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 인터넷에서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이태원의 한 술집에 걸린 표지판을 소개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로 당분간 아프리카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외국인에게 갖는 한국인의 이중적인 잣대를 소개했다. 부유한 국가나 서구 백인들에게는 비교적 우호적인 반면 동남아나 아프리카 출신에게는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다. 결국 술집 업주는 사과를 하고 표지판을 새로 달았지만 한국의 특이한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오래 전 한국의 한 방송사가 인종에 따른 한국인의 편견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프리카 출신의 백인, 유럽 출신의 흑인, 동남아인 등을 출연시켜 나이트클럽 입장을 시도하는 설정이었다. 그 결과 백인은 종업원이 친절하게 맞았지만 흑인과 동남아인은 반말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백인이라는 '인종적 사대(事大)'에 아프라카 출신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웨덴 학자 칼 폰 린네가 백인, 흑인, 몽골계 등의 인종 분류를 시작했지만 이는 생물학적 우열을 기준한 것이 아니라 편의상의 구분일 뿐이다. 인간의 유전정보도 인종에 상관없이 99.9% 동일하다.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유대계 학살을 자행했던 히틀러도 인종간 우열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문화 사회란 여러 집단과 문화가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말한다. 이런 사회는 두 가지 원칙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인종이나 민족적 요소가 차별의 근거가 되지 않고, 문화간 우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미국은 다문화 사회의 전형을 보여주는 국가다.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와 타인종을 대하는 태도는 가장 선진화된 국가임이 분명하다.

한인들은 미국에 살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한다. 그중의 하나가 다문화 사회를 한국민보다 앞서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미주 한인들이 한국사회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면 소수계로 살았던 다문화 사회의 경험일 것이다. 한국이 정책수립에 참조하면 유용한 지침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글로벌 인재가 아니라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글로벌 마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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