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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쉘 김 기고]나만의 바닷가




난 정호승 시인의 시를 좋아하지만 특별히 ‘바다 이야기’란 시의 구절 중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란 구절을 아주 좋아한다. 내 나이에 내려놓고 솎아내기를 잘해야 멋스럽게 나이드는 것이라 했는데 이것만은 욕심을 부려 여러곳 지니고 싶다.
오늘은 그녀와 공부가 아닌 정호승 시인이 말하는 ‘나만의 바닷가’가 되기에 휼륭한 장소에 다녀왔다. 올해로 애틀랜타 주민이 된지 두 해 째다. 테네시에서 25년간 내가 발견하고 즐기던 은밀한 장소에 대한 미련은 떨칠 수가 없었다. 서로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찾아가는 은밀한 장소와 쌓은 정분 때문에 정신적으로 윤택하게 지냈는데 이곳에서도 그런 정서를 누리며 살게 되기를 꿈꾼다. 나름 공들여 새로 두어군데를 물색해 놓았지만 무시로 찾아가기엔 좀 멀리 있는게 흠이다. 그래서 가까이에 갈만한 더 좋은 장소에 대한 갈망은 늘 열려 있다. 자연을 닮은 은밀한 장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저축이 늘어나는 부자가 될테니까.
도심의 심장을 도도히 흐르는 차타후치 강이 외로워서 사람 곁으로 내려왔나 보다. 병풍으로 우거진 숲과 단정한 정원에서 커피숍만이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수 있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해지는 공간이 도시 가까이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나만의 바닷가가 되기에 완벽한 ‘숲속의 빈터’다. ‘너 어디 있다 지금 나타난거야!’ 마음에 탄성이 투정과 범벅이되어 감탄사가 연발 터진다. 애틀랜타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장소를 아끼느라 알려주지 않았는지, 아니면 은밀해서 다들 쉬쉬 해서 나만 몰랐는지, 그 누구의 입에서도 이 휼륭한 장소를 흘려 들은 적 없었던게 무척 아쉽다.
이곳에 와 보니 숨겨진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아파트 게이트 커뮤니티 안, 코드를 알아야 문이 열리고, 아파트단지 깊숙이 들어가 길이 끝나는 강 자락에 숨겨진 커피숍이 나온다. 커피를 팔고 싶지 않아 사람들의 눈에 뛸까봐 꼭꼭 숨기고 싶어 안달이 난 가게 같다. 그러나 유명한 곳은 아무리 후미진 곳에 있다해도 사람의 발길이 줄을 잇는 법. 이곳도 알 사람은 다 아는지, 죽 그래왔을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그득하다. 분위기는 너무 조용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테이블과 소파 구석구석에 책을 읽고 컴푸터로 공부하는 학생으로 채워져 마치 대학 도서관에 온 느낌이다. 진한 커피의 그윽한 향이 저들을 오래 인질로 잡아 놓았을 게 분명하다.
앞에서는 1층이지만 강에서 바라보면 2층인 커피숍 안에서 내려다 보는 강은 제법 넓고 속도감 있게 강물이 출렁이며 흘러가니 한 폭의 그림이다. 강변에는 등받이가 뒤로 젖혀진 목조 의자에 먼저 자리를 잡은 손님들의 뒤태가 보이는데 그 누구도 쉬 일어날 것 같지 않게 느긋해 보인다. 언제든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빈 의자를 하나를 골라 앉았다. 사람은 자연이 너무 아름다우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말을 아끼게 된다. 흘러가는 강물과 조우하는 모습이 풍경을 더욱 평화롭게 만든다. 자동차의 소음도 파고들지 못하게 나무가 빽빽히 산울로 진치고 하늘과 구름도 물 속에 들어가 집을 짓고 청둥오리들이 물 장구를 친다. 물살 떠미는 소리에 새들의 노래도 기가 죽어 잘 들리지 않는 따로 떼어 논 아름다운 별천지다,


그녀는 ‘나만의 바닷가’로 혼자만 간직하겠단다. 나보고 그런 비밀을 지켜 달라는 당부로 들리는데 난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그녀가 그랬듯이 나도 이곳에 데려 올 한 사람이 생각났기 때문에….
우린 좋은 것을 알면 소문을 내어 크게 여럿이 함께 공유하고 싶어 안달한다. 과거에 ‘나만의 바닷가’를 혼자 즐기기 아까워 주변에 공개한 적 있었다. 그런데 낭패는 그 때부터 시작됐다. 책 보따릴 들고 별러 별러서 그곳에 가면, 내가 아는 그 누군가가 꼭 먼저 와 있어서 원하던 일은 못하고 잡담만 하고 오면서 후회한 적 여러번 있었다. 그래서 나만의 바닷가는 자주 가는 곳 일수록 은밀하고 비밀스러워야 한다. 이기적이라고 돌팔매를 맞아도 비밀스럽게 나만 간직하고 싶다. 아무때나 ‘기슭으로 기슭으로 달겨가 쓰러질’ 곳이 있기 위하여. 헝클어진 내 마음을 자연이 곱게 빗질하여 더 예뻐질 나를 위하여 남겨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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