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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에 갇힌 민호역, 이민 온 아버지 떠올렸죠"…'메이즈 러너' 깜짝 스타 한인 신인 배우 이기홍

[LA중앙일보] 발행 2014/09/19 미주판 28면 기사입력 2014/09/18 17:02

한인 배우 이기홍(오른쪽에서 세번째)은 영화 '메이즈 러너'를 통해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로  떠올랐다. [20th Century Fox 제공]

한인 배우 이기홍(오른쪽에서 세번째)은 영화 '메이즈 러너'를 통해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로 떠올랐다. [20th Century Fox 제공]

영화 '메이즈 러너(The Maze Runner)'엔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모두 TV와 영화판에서 꽤나 인지도를 쌓아 온 이들이다. 그 중에 유독 생소한 얼굴이 하나 있다. 민호 역의 한인 배우 이기홍이다.

그는 말 그대로 '메이즈 러너'가 찾아낸 '깜짝 스타'다. 미드 몇 편 속 평범한 조연과 단편 영화 출연 경력이 전부였지만, '메이즈 러너' 속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인 민호 역을 당차게 꿰찼다. 이유도 모른 채 3년 동안 갇혀 지내 온 글레이더 공동체를 위해 매일같이 목숨을 걸고 미로 속을 달리는 다부지고 강인한 민호 역을 멋지게 소화해내며 전세계 관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은 물론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명문대인 UC버클리를 졸업하고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는 이기홍은 아직 할리우드의 때가 묻지 않은 듯 꾸밈없는 표정과 말투로 "순두부찌개를 잘 끓이고, 배우 송강호를 존경한다"며 한인 영화팬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 혜성처럼 등장했다. 어떻게 캐스팅됐나.

"에이전트에게 이 작품에 대해 듣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원작 소설을 사 하루 만에 다 읽었고 그 즉시 민호 캐릭터에 매료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민호 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임했는데 다행히 캐스팅 디렉터가 나를 좋게 보고 계속 밀어줬다. 최종적으로 출연 결정이 나기까지 7~8번의 오디션을 본 것 같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자다 깨서 얼굴을 꼬집곤 한다. 촬영하다 생긴 상처와 흉터를 보며 '내가 진짜 그토록 바라던 민호를 연기했구나' 실감한다."

- 블록버스터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촬영장에서의 각오도 남달랐을 텐데.

"모든 게 다 감사하고 즐거웠다. 새벽 5시건 밤 12시건, 언제나 내 순서라고 불러만 주면 '네'하고 달려나갔다.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일정도 잦았고 덥고 습한 루이지애나 지역에서 두터운 티셔츠에 카고 팬츠를 입고 촬영을 하느라 분장을 마치자마자 땀에 젖는 게 예사인데다 모기와 벌레도 너무 많았지만, 흔치 않은 기회를 잡았다는 기쁨이 커 현장을 즐길 수 있었다. 또래 배우들과도 매일 촬영이 끝나면 같이 밥을 해 먹는 등 가족처럼 지낼 수 있어 좋았다."

- 민호는 원작 소설 팬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높은 캐릭터다.

"그래서 부담이 컸다. 팬들이 SNS를 통해 '어이,기홍. 민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야. 잘 해내리라 믿지만, 날 실망시키진 않는 게 좋을걸' 하는 식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낸다.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도 그들만큼 민호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반응이 나쁘지 않은데, 개봉 후에도 사람들이 내가 민호를 그려낸 방식에 만족해줬으면 좋겠다."

- 배경 설명이 없다 보니 캐릭터를 분석하고 접근하는 과정도 쉽진 않았을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언제나 가족을 지켜주셨고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릴 보호해 주신 분이다. 그런 아버지가 계셔서 우리 가족은 어딜 가도 먹고 살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이미지를 민호에게 투영했다. 민호는 그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가족같은 글레이더 친구들을 위해 매일같이 미로 속을 달렸을 테고, 그 곳을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캐릭터다. 그렇게 연관을 짓고 나니 민호를 이해하는 게 조금은 쉬워졌다."

- '헝거게임'이나 '다이버전트' 등 비슷한 장르물과 비교할 때 '메이즈 러너'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모든 캐릭터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점이다. 다른 작품에선 서로가 살기 위해 짓밟고 싸우지 않나. 물론 우리 작품 안에서도 갤리와 토마스의 충돌 같은 갈등 요소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사람 모두 바깥 세상을 꿈꾼다는 점과 공동체를 위하는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선 한마음이다. 우리 영화를 보게 될 어린 관객들도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서로 짓밟고 싸우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나누고 합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

-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로 살아 남는게 쉽진 않을 텐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아시안이래서가 아니라, 그냥 배우로 산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 같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처음부터 전적으로 믿고 응원해주신 게 큰 힘이 됐다. 전업 배우가 된지 꼭 1년만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 때 아버지가 생일 카드에 '지금의 성과에 연연하지 마라. 무슨 일이든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항상 기도해주마' 라고 써주신걸 보고 더 힘을 내 배우의 길에 매진해야겠단 결심을 했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인기나 상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이야기, 매력적 배역을 쫓아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 '메이즈 러너'는…

웨스 볼 감독, 딜런 오브라이언, 카야 스코델라리오, 이기홍 주연의 영 어덜트 액션 스릴러. 주인공 토마스는 영문도 모른 채 낯선 곳에 버려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태다. 그곳에는 토마스와 처지가 비슷한 청소년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이들이 현재 갇혀 있는 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미로를 벗어나야 한다. 토마스와 친구들은 미로 탈출에 도전, 감옥과도 같은 그 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험에 뛰어든다.

등급 PG-13.

베벌리힐스=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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