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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이재희/OC취재팀 차장

제 사주엔 숫자 '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 사는 곳도 그렇고, 학교, 직장도 그렇고 매번 두 곳을 거쳤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죠. 미국에서도 마이애미에 살다가 LA로 이사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두 곳을 다녔습니다. 당연히 입학한 학교에서 졸업한 적이 한 번도 없고요.

직장도 그렇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같은 업종 두 곳의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언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일보에 들어오기 전, 다른 신문사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전 항상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와야 했습니다. 남은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고 남은 사람들에게 잊혀질까 두렵기도 했죠. 그래서 전 떠나오는 게 무척이나 싫었습니다.

지금은, 떠나보내는 쪽입니다. 이제 남는 사람이 됐습니다. 남아서 다른 사람들을 떠나보냅니다. 떠나가는 사람들은 주로 직장을 옮기거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 동료, 선후배입니다. 떠나보내고 남는 자가 되어보니 이도 참 별로입니다.



최근, 누군가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떠나보내고 떠나가는, 헤어짐이 아닙니다. 떠나간 이의 죽음입니다. 많이 떠나오고 많이 떠나보냈는데 죽음에서 오는 헤어짐은 참 생경합니다. 헤어짐은 마음만 먹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죽음은 그럴 수 없기에, 그래서 3주가 지난 지금도 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떠나간 이와는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각별한 사이라고 하면서 전화 통화한 게 몇 개월 전입니다. 만난 것도 몇 개월 전입니다. 마음은 있는데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늦었는데, 주말인데 전화가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만나자고 하면 부담스러운 것은 아닐까 괜한 마음씀으로, 내 마음 알 텐데, 곧 만날 텐데 하며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게 참으로 후회스럽습니다.

얼마 전 방송인 신애라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루 일과를 네 가지로 나눈다고 말하는 걸 봤습니다. 그 네 가지는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 않고 급한 일, 중요하고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 일입니다.

중요하고 급한 일은 누구나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는 소홀합니다. 가족을 챙기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은 살면서 중요하지만 급한 건 없는 일이죠. 대신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을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신경을 쏟습니다. 생각해보니 퇴근 후 잘 때까지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서핑하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떠나온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떠나간 친구들에게도요. 세상이 참 좋아져서 편지나 전화 대신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도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먼저 해야겠습니다. 나의 오늘이 누군가의 마지막 날이 됐을 때 다시는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여러분에게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은 무엇인지요? 오늘은 그 일부터 해보는 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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