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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우물쭈물하다가는

노래의 첫 소절만 떠올려도 거꾸로 역류하는 세상일로 자연스럽게 처진 입 꼬리를 올리게 하는 동요가 있습니다.

1933년에 발표된 '자전거'입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머리에 하얀 눈이 희끗희끗 멋있게 내려앉은 분들은 이 동요를 동네 좁은 골목길에서 코흘리개 친구들과 이렇게 부르지 않았지요.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세요. 저기 가는 저 노인 꼬부랑 노인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납니다"로 불렀습니다. 의성어도 바뀌고 '노인이 사람'으로 '우물쭈물이 어물어물'로 바뀌었지요.

여기저기 칠이 벗겨진 자전거 한 대가 당시 흙과 돌로 만들어진 비포장 도로 위를 비틀 비틀 달리는 모습이 아스라한 안개 속 사이로 보이시나요. 그때는 알록달록하게 예쁘면서 자그마한 어린이용 자전거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묵직한 짐 자전거를 이용해 아이들이 자전거 타기를 배웠었지요. 안장이 높고 자전거 손잡이도 크니 자전거 안장 밑으로 한쪽 다리를 집어넣고 억지로 재주를 부려 배워 타면서 이 동요를 불렀었습니다.



이 노래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소절이 '우물쭈물'인데 ,'우물쭈물' 하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연극계에 큰 업적을 남긴 버나드 쇼가 연상됩니다. 그의 묘비명에 '우물쭈물'로 번역된 부분이 주목을 받았기에 그렇습니다. 그는 1925년에 노벨 문학상을 탔으며 많은 명언과 독설을 즉흥으로 만들어 내어 유명세를 더하였습니다. 1950년 95세, 임종에 앞서 그의 묘비명을 스스로 써 두고 세상을 떠났지요. 묘비명은 '오래 살다 보면 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지'이며 내재한 뜻은 '살다 보면 결국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인데 이것이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로 쓰여있습니다.

짧기만 한 인생에 우물쭈물하다가 자기나 자기주위에 소중한 사람이 큰 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앞에 두게 되면, 그제야 온갖 일에 대하여 가슴 꺼지게 후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 메시지이지요.

산길 같은 인생길 위 우물쭈물하는 설익은 인생 바이커들에게, 행복은 너무 이르거나 아니면 너무 느리게 다가와 항상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 주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마다 사람들은 한눈을 팔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지게 되지요. 넘어질 때마다 생채기와 함께 고통이 따르게 되니, 행복에 대한 감각은 점점 무뎌지어 불행하게 됩니다.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다고 행복 앞에 우물쭈물하며 살아갑니까. 왜 사랑 앞에 머뭇머뭇 하고, 생명을 위한 일에 어물어물합니까. 인생과 행복은 결코 연습이 아닙니다. 오늘도 우물쭈물하려는 마음을 잡아보려 검은 새벽 길 나서며 옷깃을 여며 봅니다.

최진수 시인/ 백삼위한인성당
ankecot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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