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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법 지키면서 자바에서 성공할 수 있나?

[LA중앙일보] 발행 2014/09/2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09/28 21:15

김동필/사회부장

'20-50-30'. 오랫동안 의류업에 몸담았던 분이 들려준 LA자바시장 의류 업계의 공식이다. 경기 변화에 관계없이 꾸준히 돈을 버는 업체가 20%, 그런대로 현상유지를 하는 업체가 50%, 나머지 30%는 망하고, 또 새로 시작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 자료를 근거로 한 말은 아니지만 그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라 꽤 신빙성 있게 들렸다. 어쨌든 LA자바시장은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려왔고 의류업은 한인경제의 대표 업종이 됐다. 아마도 한인경제의 최대 '달러박스'가 아닐까 싶다.

한인들이 의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로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역시 성실성이 가장 큰 자산일 것이다.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초기만 해도 '맨손창업'이 대부분이었다. 깡통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장돌뱅이처럼 전국을 누볐다는 사장님, 식사 시간도 아까워 끼니를 거를 때가 더 많았다는 사장님… 지금은 웃으며 들려주는 그들의 고생담 속에 성공의 첫째번 비결이 담겨 있다.

이렇게 뿌리를 내려온 자바시장이 요즘 뒤숭숭하다. 경기 탓이 아니라 얼마 전의 '돈세탁' 단속 때문이다. 연방검찰에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HSI), 국세청(IRS)까지 합세해 새벽부터 들이닥친 수사대는 동시에 7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수사요원만 1000명. 단일 사건 수사에 이렇게 많은 인력이 동시에 투입된 유례가 없다고 한다. 자바시장 업소들이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 창구로 활용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장에서 수천만 달러의 현금이 압수된 것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미국정부의 '마약자금' 수사는 역사가 깊다. 베트남 전쟁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던 60년대 말 마약의 범람은 미국의 큰 골칫거리였다. 이에 리처드 닉스 당시 대통령은 1970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마약조직의 자금줄 차단에 나섰다. 1만 달러 이상의 예금이나 현금거래 신고 의무도 이런 목적에서 시작됐다. 주요 수사대상이 마피아에서 중남미 마약조직으로 바뀐 것이 차이점이랄까.

한차례 폭풍은 지나갔지만 앞으로가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수사가 2년간 철저히 준비해 온 것이라고 하니 불똥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마 자바시장 한인들의 걱정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번 수사과정을 복기해 보면 한인업체들은 혹시 '부록'으로 포함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수사 당일 체포됐던 중국계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한층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수사 시작 다음 날 주택 압류조치가 취해졌고 며칠 후에는 대만의 은행에 개설했던 계좌 동결조치까지 내려졌다. 더구나 대만 정부가 외국 정부의 자국 은행 계좌 동결 조치에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애초 타겟은 중국계 업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발단이 어찌됐건 일부 한인 업체들도 수사기관이나 IRS의 안테나에 잡힌 것은 사실이다. 관행이라며 편법이나 위법에 둔감했던 것도 사실이다. '법대로 해서 어떻게 돈 버냐'는 자기 변명에 익숙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대로' 경영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업체가 많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전환점으로 삼자는 분위기다. 이윤세 의류협회 회장은 "큰 충격이지만 문제가 된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에 올바른 질서가 자리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통과 불편이 따르겠지만 큰 길에 닿으려면 꼭 지나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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