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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살아야 할 이유, 죽어야 할 이유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항상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자살률도 이들 국가 평균의 2배를 상회한다.

문제는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자살자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23일 한국 통계청은 2013년 자살 사망자 수가 총 1만4427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년보다 266명이 늘어 1.9% 증가폭을 기록했다.

자살의 원인은 심리·생물학적 요인과 사회·경제적 요인의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울증 등의 질환과 성향의 문제로 자살하는 경우는 심리·생물학적 요인에 속하고 가정 해체, 경제적 불안정 등에 의한 자살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질환이나 신체적 원인에 의한 자살자 수는 크게 부침이 없지만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의한 자살은 시대에 따라 변화폭이 크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 해 한국 자살자 통계에서 다른 연령층의 자살자는 소폭 감소했지만 40대와 50대 자살자는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중장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이혼율의 급증과 가정의 해체도 사회적 요인의 자살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한국 중앙일보가 올해 창간특집으로 기획한 시리즈 '2014년 가족 빅뱅'에서 전통적 의미의 가정이 급속히 해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 전망에서 부모와 자식이 있는 전통적 가정은 2010년에 전체 가구의 37%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 28.4%, 2035년에는 20.3%로 축소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부부만으로 이뤄진 가구는 15.4% →18.6% →22.7%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1인 가구가 2035년에는 34.6%로 크게 늘어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혼'과 '혈연'을 두축으로 하는 가족의 개념은 사라지게 된다.

유대감과 소속감은 자살을 방지한다. 자살 연구에 따르면 거의 모든 자살자가 자살 시도 전에 직간접적으로 자살을 암시하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또한 자살의 결심에서 실행까지의 과정은 계획적이지 않고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주위사람과의 정신적 유대와 안정이 자살방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 연구의 입문서로 알려진 '자살(부제: 인간만의 파괴적 환상)'을 저술한 토머스 브로니쉬는 자살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죽어야 할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극한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최후에 택하는 것이 자살이다. 따라서 '죽어야 할 이유'도 사적일 수밖에 없고, 자살의 유혹도 스스로의 절제나 판단으로 억제하기 어려워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경우 가족과 친지들과의 굳건한 유대가 자살을 막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자살은 극히 개인적인 사안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자살자는 또다른 모방 자살자를 만든다. 특히 자살자가 유명인이거나 연예인일 경우 이를 모방하는 시도가 이어진다. 이른 바 '베르테르 효과'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자살은 자신에게는 부당한 행위가 아니지만 공동체에게 부당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공동체의 결속이 견고하면 자살자가 많지 않다. 가족이나 사회 등의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지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해지면서 자살이 는다. 가정은 혈연으로 엮인 가장 강인한 공동체다. 그런 가정이 해체되고 결속이 소원해져 가는 상황에서 자살률을 낮출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이제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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