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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부부 179쌍의 주소지 가봤더니 집은 없고…

2012년 2월 번리지방법원에서 일하는 직원이 이탈리아인 두 부부의 이혼신청 서류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적힌 거주지가 영국 버크셔 메이든헤드 하이 스트리트 5번지 플랫 201로 같았다. 두 부부가 동거할 리 만무했다. 경찰이 나섰다. 주소지는 우체국 사서함이었다.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2010년 8월부터 잉글랜드·웨일스에 산재한 137곳 법원에 이탈리아인 179쌍이 이혼 신청을 했는데 모두 메이든헤드 우체국 사서함을 주소지로 적은 경우였다. 이탈리아의 한 이혼중개업소가 3000파운드(51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벌인 일이었다. “영국에서 이혼하는 게 싸고 빨라서”(BBC)였다.

이탈리아에선 정식으로 이혼하기 위해선 최소 3년의 별거 기간을 거쳐야 한다. 영국은 1년 이상 산 부부의 경우 배우자가 비합리적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도 이혼 신청을 할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미국 라스베이거스 정도를 빼곤 전 세계에서 가장 싸고 빨리 이혼할 수 있는 지역이 잉글랜드와 웨일스”(데일리메일)란 평판이 생길 정도다. 영국은 1527년 헨리 8세가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왕비 캐서린과 이혼하려다 교황청의 승인을 받지 못하자 가톨릭에서 독립해 영국국교회인 성공회를 설립할 정도로 이혼에 관대하다. 게다가 잉글랜드나 웨일스 어느 법원에나 신청할 수 있었고 법원끼리 크로스체크도 안 됐다. 영국의 이혼 결정은 이탈리아에서도 유효하다. 이탈리아인들이 ‘이혼 관광지’로 영국을 택한 이유였다.

영국 법원은 결국 지난달 29일 2010년 8월~2012년 2월의 이혼 신청을 무효화했다. 모두 180건으로 이중 이혼 확정 판결이 난 것만 91건이었다. 가정고등법원의 제임스 먼비 판사는 “우편함의 크기를 보건 데 아무리 작은 사람이라도 그곳에서 거주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하다”며 “이번 사건은 영국의 사법 절차를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증과 위조 등으로 법원을 속인 만큼 이혼 판결은 모두 무효”라고 결정했다.

법원 차원에서 대책도 마련했다. 이혼 판결 법원을 20곳으로 확 줄였다. 먼비 판사는 그러나 “그것으로 사기를 막기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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