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결승서 만난 남북 축구…'금메달 나눌수 없나'

36년전 방콕선 남북 공동우승
여자축구 대결 땐 한반도기 응원

30일 문학경기장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한국이 태국을 2-0으로 꺾었다. 앞서 열린 준결승에선 북한이 연장전 끝에 이라크에 1-0으로 이겼다. 남북이 맞붙는 결승전은 2일 새벽 4시(LA시간) 벌어진다.

남북 남자축구는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남북은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비겼고 대회 규정에 따라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36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놓고 대결하는 이번에는 무승부가 없다. 남북 모두에게 얄궂은 운명이다. 경기만큼 응원전이 뜨거웠다. 준결승전이 열리는 동안 '새터민 정거장'이라는 인터넷 카페엔 탈북자들의 응원글이 계속 올라왔다. '(남북이) 사이 좋게 금메달 나눠먹기' '한국이 북한과 멋진 결승전을 벌였으면 좋겠네요' '여자축구는 북한 금메달, 남자축구는 남한 금메달. 남남북녀, 에헤라디야' 등의 내용이었다. '스포츠는 정치와 별개인데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오프라인에서도 응원전이 이어졌다. 지난달 남북한이 만난 여자축구 준결승. 문학경기장에는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꾸려진 남북공동응원단 1000여 명이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지난 7월 발족한 남북공동응원단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북한 응원단이 참가하면 합동 응원을 펼칠 계획이었지만 이들이 불참해 탈북자들이 여기에 포함됐다.



탈북자들에겐 북한 선수들의 활약이 반가우면서 걱정도 되는 모양이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의 탈북자 김모(50)씨는 3년 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후반 추가시간에 북한 허은별의 결승골이 터지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씨는 "여자 축구는 북한의 실력이 월등하다"며 "기분이 묘했다. 양쪽을 다 응원했지만 솔직히 북한이 이기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나왔지만 여전히 그곳이 그립다고 했다. 그는 "오랜만에 고향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니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탈북자 가운데 일부는 선글라스를 끼고 관전했다. 응원단 관계자는 "보안상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귀띔했다. 후반 28분 0-0 균형을 깨는 북한의 골이 터지자 응원단은 축제 분위기가 됐다.

경기가 1-0 북한의 승리로 끝나자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아시안 게임에서 북한은 체조·유도·축구·레슬링·역도 등에서 남한과 맞대결을 펼쳤다.

김씨는 "남과 북이 경쟁하는 모습을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날이 올지 상상도 못했다"며 "정권과 사상이 나쁘지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나. 선수들을 향한 연민의 정은 속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여자 축구 결승전에도 꼭 오겠다는 그는 "일본과의 대결은 남북을 떠나 한반도 전체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경기장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자신이 탈북자임을 밝히는 것조차 꺼렸다. 다른 탈북자들도 대부분 대답을 회피했고 인터뷰에 응해도 실명이 거론되는 건 싫어했다.

성균관대에 다니는 탈북자 조모(32)씨는 "북한 선수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좋은 성적을 못 내면 여러 가지 총화(회의)를 통해 몸과 마음이 지칠 텐데…"라며 "남한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만나 여기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려주고 싶다"고도 했다.

인천=김원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