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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북가주에 사는 손자 '세종'

수잔 정/소아 정신과 전문의

북가주에 살고 있는 큰 딸 집을 다녀왔다. 첫 손자, 세종의 열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려 LA에 사는 두 손녀와 함께 갔다. 세종이는 영어 이름이 따로 없다. 한국을 좋아하는 나의 백인 사위가 자랑스레 지어준 이름이다. 나의 딸과 버클리 대학에서 만나, 공학 전공을 하는 동안 새벽마다 한글 공부를 하며 그는 세종대왕을 알게됐다. 게다가 세종이는 10월 8일생이다. 한국의 10월 9일이니 바로 한글날에 태어난 셈이다.

북가주에 살다보니 유치원 때부터 한글은 물론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새해를 맞으며 써놓은 '말의 해에 성공하십시오'라는 한자 표어가 거실 한가운데 걸려있다. 생일 파티에 초대된 7명의 피부 색깔이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노란 머리와 푸른 눈의 아이들이 모두 중국어를 거침없이 읽었다.

딸의 소개로 이들의 중국어 담당 교사를 만났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대학을 마친 후 중국에 가서 5년간 공부를 했다. 그후 이곳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해 왔다. 마침 학교에 중국어반이 신설되면서 그는 일반 담임 대신 중국어를 지도하게 됐다.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둘째 손자 혜성이도 형을 따라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혜성이는 한문으로 자신의 이름을 그럴 듯하게 써놓았다. 어느 날 사위가 우리 부부에게 질문을 했다. "은하수에서 떨어져 나오는 별을 무어라고 부르나요?"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아내의 이름이 '은하'이니, 은하(galaxy)에서 튀어나오는 별똥별 '혜성'으로 둘째 이름으로 지었다.



혹시 '세종'과 '혜성'이라는 이름이 친구들이 부르기 힘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는 우리에게 사위는 아주 쉽다며 지금껏 두 아이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했다는 말은 없다고 했다.

언어는 그 집단의 문화이다. 개인의 독립심과 책임감을 중요시 여기는 서양문화와 가족과 민족을 중요시하는 동양문화는 차이가 크다. 배를 타고 미대륙에 도착했던 이 나라의 선조들은 18살된 자녀가 서부로 서부로 향해 나가는 걸음을 막지 않았다. 인디언의 기습이나 위험한 지형들을 통과하면서 이 젊은이들이 개척해 놓은 지상의 낙원, 서부지역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는 개인의 의사보다는 가족 전체의 행복을 우선으로 여기는 유교식 동양가치관에 익숙하다. 부모의 말을 거역하고, 위험한 곳에 몸을 던지는 불효자식이 되지 않고 부모 곁에서 모시고 살아 가는 자녀들에게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러나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여러 명이 힘을 모아서 사업을 일으키고, 그들이 또 친척이나 이웃을 돕는 집단 책임감이 없었다면 우리 한국 이민자들이 지금처럼 번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을 동시에 갖고 세계인이 되어가도록 아이들을 가르쳤다. 스스로 독립하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면서 주위의 집단을 도와 줄 수 있는 세계인으로 말이다.

세종이와 혜성이가 한글과 중국어를 배우며 그 문화를 어려서부터 흡수하는 것이 나는 대견하다. 세계인으로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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