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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작이 반 vs 유종의 미

진성철/경제부 기자

사람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변화를 싫어하는 것과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일을 마치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글 쓰는 직업 종사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늘 고민한다. 이리 저리 고민해도 글이 안 풀릴 때는 더 머리가 아프다. 어떤 전문가는 그럴 때는 무조건 쓰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이리저리 고민하는 시간에 일단 시작부터 하면 끝은 어떡하든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시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다. 이를 강조하는 말이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서양 속담이다. '유종의 미'라는 말도 있고 '용두사미'라는 사자성어 역시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용두사미, 즉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는 시작은 거창했지만 결국엔 보잘것 없이 우습게 끝났음을 말한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잘 뛸 수 있는 속도를 유지하며 성실하게 열심히 뛰어야 완주할 수 있다. 처음부터 욕심껏 내달리면 완주는커녕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용두사미가 되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자기 욕심에 따라 매듭지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일을 벌여 용머리는 겨우 만들었지만 이후 뒷심이 부족하거나 첫 성과에 만족한 나머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고 더 이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일 전체가 뱀꼬리처럼 흐지부지하게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유종의 미'는 어떻게 해야 이뤄낼 수 있을까.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에게서도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원래 선수생활의 종착역을 밴쿠버 올림픽으로 정했지만 후배들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소치 동계 올림픽으로 연장했다. 세계 신기록과 금메달이라는 영광으로 선수생활을 매듭 지을 수 있었던 그가 후배를 위해서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국민의 기대라는 엄청난 중압감과 더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고된 훈련까지 기다리는 것을 알면서 다시 현역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유종의 미를 생각한다며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다. 그리고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올해 초 열린 소치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경기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 선수는 자신은 속상하지 않다며 주변 챙기기에 바빴다. 정작 본인은 금메달 욕심보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는데 역점을 두었다며 본인 연기에 만족하기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의 대인배 모습에서 유종의 미에 담긴 참뜻을 배운다. 메달 색깔보다 자신이 성실하게 준비한 걸 혼신을 다해 보여주었고 자신의 영광된 마무리보다는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 더 큰 만족을 두었기에 아름다운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낸 유종의 미여서인지 당시 금메달을 거머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보다 김연아의 모습이 우리 기억 속에 더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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