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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사이버 망명, 사이버 유랑

최 주 미/조인스아메리카 차장

2년 전, 한국 웹 1세대 서비스의 대명사였던 야후코리아가 돌연 서비스 중지를 선언했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십여년 넘게 사용해온 내 생애 첫 이메일을 포기하고 담긴 히스토리를 전부 잃게 되는가 싶어 앞뒤 살필 것 없이 두려웠다. 이민 생활 마음의 놀이터로 의지하며 8년 이상 가꿔온 블로그가 하릴없이 폐쇄되는 것에는 깊은 좌절과 상실감에 아팠다. 블로그로 이어온 관계와 생활의 부분, 심지어 어떤 희망과 기대에의 단절까지 예감하며 불안하고 서글펐다.

불시에 꾸려준 보따리 하나 받아들고 맨 몸으로 거리에 나앉은 기분이라, 어디든 비 피할 곳 따뜻한 곳, 순하게 나를 받아줄 곳만 있으면 서둘러 찾아 깃들고 싶은 충동으로 웹을 서성댔다. 하지만 새 이메일, 새 블로그, 첫 화면으로 매일의 나를 반겨줄 홈 사이트를 정하기까지 나는 꽤 긴 시간 사이버 유랑을 계속해야 했다.

그까짓 이메일, 그까짓 블로그 하나에 무슨 그런 심약한 호들갑이냐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진정 요물 같은 것이 웹 서비스라, 눈에 보이는 것 뒤에, 그 안에, 그 밑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 관계의 시작과 이어짐의 뼈대가 촘촘히 얽혀있고 뼈대 위로 시간의 살점이 두툼하게 오르면 이젠 외면하거나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작할 땐 모르고 끝날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블로그에 일상과 생각을 기록해가며 살아온 시간과 역사가 메일 한 통에, 블로그의 댓글 한마디에 스며들 듯 각인되어 버리는 탓이다.

국민 메신저일 뿐 아니라 국경 넘어 '전세계 한국인의 모바일 메신저' 로 사랑받아 온 카카오톡의 사용자들이, 최근 한국 검찰의 사찰 논란에 따라 해외 메신저로 대거 '망명'에 나선다는 뉴스가 지난 주 온라인 최대의 이슈였다. '망명' 이 옳다 그르다 논란도 많다.



이익을 좇고 유익을 찾는 소비자 행태는 태생적인 것이다. 개인간의 사적인 대화가 수사기관에 무방비 노출될 우려가 있다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서비스를 찾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거대한 '망명' 행렬을 늘상 있는 시장의 움직임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가상의 공간에도 엄연한 경계가 있고 구획이 나눠져 정착하며 교류한다. 좋아하는 지인들과 깨알 같은 일상을 나누어 온 공간을 포기하며, 이름도 엄숙한 망명으로 '영영' 버릴 것을 선언하며 떠나는 결심은 결코 쉽고 간단했을 리 없다.

쉽고 간단하게 떠날 수 없는 구속력 만큼이나 서비스 제공자는 문제에 안일할 위험이 있다. 가긴 어딜가겠어? 못가, 어려워…. 못가는데 가게 되는 심정 속의 상처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게시판에서 불거져나오는 불만의 소리들은 사용자들의 심정적 토로로 받고 든든한 울타리로 감싸야 한다.

코리아데일리닷컴의 J블로그도 장시간의 전면 개편 작업을 마치고 지난 달 말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간 누적된 기능상의 문제점과 불편을 해소하여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작업이었지만, 그 와중에 블로거들이 나눠 온 유대와 정서적인 안정감이 깨어질까 무엇보다 염려됐다. 새 환경이 주는 산뜻한 긴장감 만큼이나 낯선 환경의 불편감과 이물감을 알기에, 크고 작은 오류와 문제점 해소에 조바심 어린 진땀을 빼며 중얼댄다. 이민 오느라고도 힘든 사람들, 블로그 유랑까진 절대 없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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