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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고전음악산책-악기의 암수 구별

음악평론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여성단원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빈 필이나 베를린 필 같은 경우는 아예 여성단원을 정식으로 뽑지 않고 있다. 한때 카라얀이 클라리넷 주자로 자비네 마이어를 뽑고자 했으나 그것이 보수적인 베를린 필 단원들과 마찰을 일으켜 씻지 못할 앙금을 남긴 예도 있다.

 하지만 로컬 오케스트라로 내려올수록 여성단원이 많아진다. 만약 지금까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심각한 성비불균형을 일으킨 주된 이유가 실력보다도 성차별이었다면 그것은 차츰 시정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단원들의 미세한 조화가 중시되는 오케스트라에 있어서 출산과 육아등으로 영속적인 흐름이 깨어지고 대체 단원을 채용해야 된다면 그것은 남성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요즘의 여성단원들은 현악기나 목관악기는 물론이고, 남성의 악기로 생각되어지는 금관악기에까지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금관악기에 하나인 트럼펫을 불기위해서 볼이 볼록해지는 여성을 상상해보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상상이지만, 우습기도 하고 측은하기까지 하다. 다시말하자면 나에게 트럼펫은, 풍부한 폐활량과 두툼한 볼을 지닌 남성단원이 불어야 제격인 악기인 것이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이 있다. 서구 언어권에서 트럼펫의 성별은 남성이 아니고 여성이라는 점이다. 성별을 가진 언어인 독어, 불어, 이태리어, 서반아어에서 공히 여성형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트럼펫의 성별이 여성일까? 그 이유는 전적으로 악기의 음역에 근거를 두는 듯 하다. 마치 여성이 남성보다 옥타브가 높은 고성을 가진 것처럼 높은 음을 내는 악기인 트럼펫에 여성형을 붙인 것 같다.

 여성들이 많이 치는 피아노는 어떨까? 의외로 피아노는 남성형이 지배적이다. 중성으로 여기는 독어 (das Klavier)를 제외하고 불어 (le piano), 이어 (il piano), 그리고 서어 (el piano)에서 공히 남성형으로 간주하고 있다. 피아노가 가진 장중함때문일까? 아니면 내부에 감추어진 기계적인 매커니즘 때문일까?

 바이올린의 경우도 여성일 것 같지만 독어 (die Violine)를 제외하고는 남성 (le violon, il violino, el violi'n)으로 취급한다. 분명히 현악기중에서 제일 고음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성형의 트럼펫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성별의 일치를 보고 있는 악기는 바순(파곳)이다.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에 나오는 등장인물중 할아버지역을 바순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바순의 성별이 남성임을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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