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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작품전 여는 조각가 유대균씨

“손끝으로 다듬는 흙으로 인생 노래”
손의 표정을 의인화 눈길 끌어

‘한국의 로댕’이라 불리며 한국 미술계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조각가 유대균씨의 첫 작품전이 밴쿠버 예일타운 소재 테일로(Phthalo, 1068 Homer Street, Yaletown)갤러리에서 열린다.

어린 시절, 밀가루 반죽으로 다양한 형체를 만들면서 그의 재능은 움트기 시작했고 중학교 시절부터 보인 사물이나 삶에 대한 조숙한 안목은 이미 그가 천재적인 작가로 부상할 수 있음을 예견해 주었다.

경북대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꾸준히 작업에 몰두해 온 유대균씨 작품의 독창성은 나이보다 훨씬 깊이 있는 사고와 삶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된다.

대학재학 시절부터 그는 연로한 어른들을 늘 친구로 두면서 삶의 중후함을 익혔고 상업성이 배제된 예술의 순연한 정신을 지켜가는 것이 참된 예술가의 도리임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



“작가들은 글로써 자신의 세계관의 표현하지만 조각가는 손끝으로 다듬는 흙으로 인생을 노래한다”라고 말하는 유대균씨의 말에서도 가늠할 수 있듯 그의 흙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흙을 만질 때면 우리 조상의 육신의 가루를 만지는 듯한 생각을 하게 된다.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더 편안하다”는 그의 말속에는 이미 살아있는 존재가 모두 유기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삶과 우주적인 질서를 통찰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또한 그가 왜 천부적인 조각가로 알려져 있으며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성을 지닌 작가’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유난히 손의 동작을 의인화한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단순히 손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라 손의 표정을 이용한 의인화를 시도한 것이다.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을 변용한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 한발로 서 있는 춤추는 사람을 모티브로 한 ‘춤’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을 연상케 하는 ‘걸어가는 삶’ 등이 그것들이다.
손이 갖는 다양한 표정이 능히 인간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놀라운 발견의 산물인 셈이다.

그 밖에도 거칠면서도 노동의 무게가 실린 농부의 손이라든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가늘면서도 강인한 의지가 실린 피아니스트의 손이 그것들이다.
얼굴이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하듯 손 또한 그 사람을 표현하는 신체 부위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내 손을 훈련시켰다.
내게 있어 손은 화가의 붓과 같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철저한 도구로써, 생각의 자유를 얻기 위해 나는 내 손을 단련시켰다.
내 생각의 섬세함이 조각의 섬세함으로 그대로 나타나도록, 조각가의 감성이 작품을 통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손에 잡히는 대로 뭐든 만들었다.
흙을 만질 땐 흙의 생명력인 흙 속의 물이 마르기 전에 표현하기 위해 ‘스피드’를, 극도의 섬세함에서부터 거대함까지 표현하기 위해 ‘힘’을 길렀다.
흙을 주무르고 찌르고 자르는 동안 내 손의 근육은 부풀었다 줄었다 했고 주름이 더해갔다.
철학자들은 오른손은 이성, 왼손은 감성이라 여겼고 피아니스트들은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왼손으로 화음을 친다.
조각가는 작품의 균형을 위해 오른손과 왼손을 똑같이 사용해야 한다.
받치고 기대며 이성과 감성의 관계처럼 서로 보완해야 한다.
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사유를 예술가는 몸으로, 펜으로, 말로, 손으로 표현한다.
나는 손이 가장 무게있는 표현이며 사람의 사유에 가장 친밀한 표현도구라고 생각한다.

이런 예술관이 반영된 그의 작품들은 3년전 일본 동경 전시에서 ‘치열하게 연마한 손의 기술이 이록한 세상을 폭넓게 이해한 작품’이란 평을 받기도 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국생활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밴쿠버 생활 5개월째를 맞고 있는 유대균씨. “밴쿠버 생활을 통해 무위(無爲)를 통한 깨달음을 새롭게 터득하고 있으며 이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벌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때로는 강하고 압도적인 힘으로, 때로는 실존의 아픔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웅숭깊은 삶의 동굴을 탐구하는 진한 구도자의 자세로 작품을 빚고 있는 유대균씨의 밴쿠버 첫 작품전에는 손의 연작, 인체상, 밴쿠버에서 시도한 최근작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연은순 문화전문기자

유대균 개인전
기간: 2004년 5월 6일~
오프닝 리셉션: 5월 6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밴쿠버 예일타운 테일로 갤러리(Phthalo Gallery 1068 Homer Street, Yaletown, Vancouver BC)
문의처: 604-689-2787

작가 약력

경북대 예술대학 졸업
개인전
1995 벽아 갤러리(대구), 유경 아트센터(서울), 도을 아트센터(서울)
1997 유경 아트센터(서울)
1998 상 갤러리(서울)
2001 진화랑, 진 아트센터(서울), 사로다 갤러리(동경)
그 밖의 단체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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