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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만인이 '공감'하는 노벨평화상

김완신/논설실장

좁은 의미로 '평화'는 전쟁의 반대말이다.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듯 단순한 평화의 정의도 이를 확대하면 복잡해진다. 넓은 의미의 평화는 '분쟁과 갈등, 다툼이 없는 상호 우호적이고 조화로운 상태'를 뜻한다. 여기에 종교와 관련된 내적인 평화까지 포함하면 관념의 영역으로 이어진다.

호주 시드니에 본부를 둔 IEP는 평화를 수량화한 세계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를 기준으로 매년 가장 평화로운 국가를 선정하고 있다. 사회 각분야별로 점수를 산정해 발표하지만 '가장 평화스러운 국가'라는 호칭 자체가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평화는 순위나 점수로 환산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노벨상은 매년 5개 부문의 수상자를 발표한다.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등이다. 알프레드 노벨에 의해 시작된 노벨상은 인류 문명발달에 기여하고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 또는 단체에게 주어진다. 시상 분야가 과학에 집중돼 있어도 매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노벨평화상이다. 특히 수상자의 자격을 두고 타당성 여부에 논란이 많다.

올해 평화상 공동수상자는 파키스탄의 17세 소년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인도의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이다. 이들은 여성과 아동의 교육권리를 신장시키는데 노력해왔다.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밸리에서 출생한 말랄라는 여성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탈레반의 정책에 정면으로 대항했다. 12살 때부터 BBC방송 블로그를 통해 탈레반의 야만적인 정책을 국제사회에 폭로했다. 2012년 무장 탈레반 대원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 모든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했다. '책 한 권,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외쳤다. 17세 소녀를 세계적인 인권운동가의 반열에 서게 했고 올해 노벨평화상의 주인이 되게 한 활동이었다. 그런데 올해도 말랄라의 수상을 두고 노벨평화상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탈레반에 맞서 여성교육권을 주장한 것은 분명 대단한 활동이지만 지나치게 서방 시각에 기준해서 선정했다는 지적이다. 또 탈레반에 대항했다는 것이 평화상을 받을만한 업적인지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언론인 제이 노르딜링거의 저서 '평화, 그들이 말한다(Peace, They Say)'에는 '노벨평화상의 역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는 책에서 '도대체 평화가 무엇인가'를 먼저 묻는다. 노벨평화상은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주니어, 테레사 수녀 등 인류사의 위대한 인물에게 수여되기도 했지만 헨리 키신저, 미하일 고르바초프, 앨 고어, 그리고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노벨평화상은 매년 수백명의 후보군에서 노벨위원회 전체회의가 수상자(들) 또는 단체를 선정한다. 후보 추천자나 기관이 다양하다 보니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등 '평화'와 상극인 전쟁을 주도한 인물이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1988년 노벨평화상 후보였다.

노벨평화상의 선정기준은 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학문적 업적이나 구체적인 실적, 저작물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여타 상과는 달리 평화상은 수상자격을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벨평화상 선정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은 것은 '평화' 자체가 광의를 함축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평화가 단순히 전쟁의 반대개념이 아닌 이상, 정치와 이념, 종교 등 각종 논리가 복잡하게 얽힌 세계에서 한 편에만 전적으로 정의로운 평화가 존재할 수는 없다. 평화의 뜻 자체가 모호한데 만인이 공감하는 평화상 수상자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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