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한 가운데서] 앨라배마의 멋진 맛집들 - 영 그레이

“어서오세요. 다시 와서 고맙습니다.”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이다. 우리 부부의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을 기억하는 그는 지난번에 우리가 와서 어느 테이블에 앉았는지 맞춘다. 그리고 남편에게 저번에는 이 음식을 먹었으니 이번에는 저 음식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손님관리 철저한 굉장한 기억력이다. 올 봄에 모빌에 들렀을 적에 민속 식당들이 쭉 늘어선 번화한 도로를 지나다 ‘이스탄불’ 이란 상호를 봤다. 중후한 역사의 도시, 이국적인 매력에 끌려서 들어갔다.

‘이스탄불’은 젊은 남자가 패기있게 시작한 식당이었다. 문을 연 지 얼마되지 않아 내부가 깔끔했다. 터키를 소개하는 책자들이 입구 가까이에 있는 커피 테이블에 펼쳐져 있었고 민속 문화 작품들이 붉은 페인트의 벽을 장식했다. 통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여유롭게 배열된 넓은 공간은 유쾌한 분위기였다. 메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던 주인이 장담을 했다. 어떤 음식이든 신선한 재료로 맛있게 만드는 건강식이라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맛있는 렌틸숩에 싱싱한 채소를 곁들인 케밥을 먹고나서 앙징스런 유리잔에 뜨거운 블랙티를 마셨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실망하지 않아서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낯선 음식을 주문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니어도 편안했다. 그저 지나가는 손님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가지니 음식맛에 인간미가 따라왔다.

앨라배마에 오랫동안 살다보니 자주 찾는 지역이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 있는 멋진 식당을 안다. 첫인상이 좋았고 ‘이스탄불’처럼 찾을 적마다 맛난 음식으로 기쁨을 주는 맛집들이다. 앨라배마 북쪽 헌츠빌에 있는 독일식당 ‘올드 하이델베르크’의 실내에 들어서면 마치 독일의 어떤 작은도시 식당에 들어선 착각을 일으킨다. 벽과 천정이 완전 독일풍의 나무 장식과 맥주잔으로 가득한데 홀에 흐르는 음악도 독일민요다. 그리고 전통복을 입은 서버들이 친절하다. 예전에 독일에서 즐겨 먹었던 슈니첼과 소시지, 블랙 포레스터 케잌에 필스너 맥주까지 예전 맛 그대로다. 잠시지만 아련한 과거로의 행복한 여행을 시켜준다.

중부에 있는 앨라배마에서 가장 큰 도시 버밍햄에는 일식당 ‘세키수이’가 있다. 식당의 이름인 ‘석수’에 어울리게 입구에 들어서면 벽을 흐르는 물이 맞아준다. 실내는 일본인들의 성품대로 특별하게 튀는 장식없이 차분하다. 중년의 일본인 주인이 직접 스시바 뒤에서 일한다. 그가 만든 스시는 아름다운 프리젠테이션으로 시각을 끌고 그리고 신선한 생선의 담백한 맛으로 입안에 착 감긴다. 타민족이 운영하는 일식당과 맛과 풍취가 다르다. 우리는 이집의 지라시 스시와 라멘을 좋아하는 단골손님이다.



몽고메리는 약간 까다로운 지역이다. 많은 다양한 종류의 식당들이 있지만 지역인들의 까칠한 입맛탓인지 새로운 식당이 문을 열고 또 기존식당이 문을 닫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다운타운 가까이에 오랫동안 일편단심 음식맛으로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남부음식 식당이 있다. 앨라배마에서 죽기 전에 꼭 먹어 보아야할 음식 100가지 중의 하나인 닭튀김의 대가인 ‘마틴’이다. 변함없는 최고의 음식맛을 보장해서 구수한 고향음식을 찾듯이 남편과 즐겨 찾는다. 언제나 북적이는 손님들로 어수선한 식당의 내부는 수수한 시골 분위기다.

살면서 사람의 기호와 취향이 변한다. 여전히 일식을 선호하는 우리 부부와 달리 딸들은 놀랍게도 에티오피아 음식을 좋아한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아프리카 나라의 토속음식에 엉뚱하게 딸들이 반했다. 가끔 대도시에서 가족이 모이면 에티오피아 식당을 찾아 간다. 둥글게 둘러 앉아서 손으로 밀전병같은 빵을 뜯어 음식을 찍어 즐겁게 먹는 딸들을 보면 놀랍다. 그녀들이 하도 맛있게 먹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먹었다. 묵지근하게 오래 익혀서 형태가 없어지고 부드럽고 걸죽한 음식들은 깊은 맛이 있고 양념이나 향료도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고기 덩어리를 찾던 남편은 배고파 나오는 식당이다.

특히 타민족 식당을 좋아하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 맛과 품질이 우선이다. 어딜가나 처음에는 좋았어도 다음에 가면 음식의 질이 변해서 다시 찾기 주춤이는 것이 다반사지만 장거리 운전해서 찾아간 보람있게 꾸준히 기쁨을 주는 앨라배마의 맛집들에 고맙다. 그리고 식당의 내부에 자신들 모국의 문화를 담고 맛깔스런 전통음식으로 고유문화를 전파하는 이민자들의 자긍심이 존경스럽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