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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케냐 어린이에게 보낸 300권의 책

인현미/베델한국학교 교사

한 달 반 전에 케냐로 보낸 300여 권의 중고 영어책을 잘 받았다는 감사의 소식이 엊그제 도착했다. 그 소식은 내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지인들이 대신 받아야 하는 메시지다.

5월 중순경, 한국에 있는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가 케냐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설립하고 있고, 그 도서관을 채울 중고 영어책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에 미국에 사는 우리가 작은 도움이 되고자 케냐 어린이의 미래를 위한 3단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단계는 중고 영어책 기부 동참을 위한 편지 작성, 2단계는 책 모으기, 3단계는 모은 책을 케냐로 보내는 것이었다.

당시 7학년짜리 딸 유나는 편지에 '당신은 누군가를 미소짓게 하고 무언한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책모으기 취지를 써서 학교 친구들에게 알렸다. 나는 SNS를 통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그 편지 내용을 전했다. 가족이 함께 누군가의 필요를 채우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은 내 가슴을 뛰게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몇 권 정도나 모을 수 있을까, 괜히 번거로운 일을 시작한 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생겼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라 사실 마음에 부담감이 자리했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 데는 채 2주가 걸리지 않았다. 의외로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기꺼이 케냐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동참해 주었다. 지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책이 한 권 한 권 쌓여갔고, 317권의 책을 금세 모을 수 있었다. 그처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케냐 어린이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의 1단계와 2단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3단계였다. 케냐로 그 많은 책을 보내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과 보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책을 모은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남편이 지인을 통해 이런저런 절차와 저렴한 비용으로 보내는 것을 알아보는 데 2개월 이상이 걸렸고, 8월 24일 드디어 모은 책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남편에게 200불이라는 운송비용을 전해 들은 순간, '아! 그 돈이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주부의 본능적 생각이 잠시 내 머릿속을 스쳤지만 그것으로 케냐 어린이들의 미래를 설계하고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그 일을 잊고 있었다.

엊그제 남편을 통해 케냐에서 온 소식을 전해 받고서야 5개월 전의 일이 다시 떠올랐고 그 일에 동참해 준 많은 지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딸 유나와 친구들에게도.

"모두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편지의 내용처럼 누군가를 미소 짓게 했고, 뭔가 귀하고 특별한 일을 해내셨습니다. 뿌듯하지 않으십니까?"

영어책 300여권 속에 담긴 지인들의 관심과 사랑은 케냐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마중물이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마중물이 원동력이 되어 그들의 미래가 펑펑 솟아나는 샘물처럼 희망으로 가득하길 또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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