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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61년 만에 한국 찾은 6·25 참전용사들

판문점 옛 사진과 비교하며
"분단의 상징으로 변하다니…"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
곳곳에 빌딩·나무 인상적

1952년 미 육군 공병대 소속으로 6.25 전쟁에 참전한 조지 로스프리츠(81)는 53년의 어느 날 경기도 파주에서 도로 건설 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진 한 장을 찍었다. 허허벌판에 가건물 2채만 세워져 있었던 이 곳은 후에 한반도 분단을 상징하게 되는 판문점이다.

로스프리츠는 사진을 찍은 지 61년 만인 지난 14일 다시 판문점을 찾았다. 경기도 의정부시 초청으로 지난 11일부터 8박9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뉴욕.뉴저지 일원 참전용사 9명 가운데 한 명인 그는 판문점을 다녀온 뒤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옛 사진을 다시 꺼내들었다.

로스프리츠는 현재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의 사진 속 판문점을 가리키며 "가건물 2채는 휴전회담장으로 쓰였던 장소"라며 "참전 당시만 해도 이 곳이 한반도 분단을 상징하는 곳이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과거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던 판문점이 이제는 아무나 갈 수 없고 사진 촬영마저 엄격히 제한되는 긴장감이 넘치는 곳으로 변했다"며 "61년 전 당시에는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싸웠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오늘 또 다시 느꼈다. 통일을 바라는 한국인들의 소망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뉴저지주 가필드에 살고 있는 로스프리츠는 서울과 강원도 춘천.양구.인제 등지에서 도로 건설 임무 등을 수행했다. 52년부터 약 15개월간 참전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온 뒤 트럭 운전수로 일했다.

그는 판문점 사진 외에 강원도 인제에서 찍었던 황량한 풍경의 옛 사진도 보여주면서 "당시 한국은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며 "다시 찾은 한국은 모든 것이 다 놀랍지만 특히 가는 곳마다 나무가 많은 것이 가장 인상 깊다"고 말했다.

로스프리츠와 동행한 다른 참전용사들에게도 8박9일의 한국 방문은 생애 최고의 여행이 됐다.

해병대로 6.25에 참전했던 제롬 라이스(82)는 방한 둘째 날인 지난 13일을 특히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의정부시 현충탑을 찾은 그는 미군 참전용사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의정부시 해병대 전우회 소속 6.25 참전용사들을 만났다.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전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웠던 전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목청껏 군가를 불렀다.

그는 문명덕(80)씨 등을 향해 "얼굴과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6.25 당시 함께 싸웠을 전우"라면서 "미국과 한국의 해병은 형제다. 다시 이들을 만날 수 있어 나는 정말 행운아"라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라이스는 한국 참전용사들의 손은 잡은 채 '나가자 해병대가' 등 군가를 쉬지 않고 계속 부르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6.25 참전 당시 진해와 포항.김포 등지에서 근무했던 라이스는 퇴역 후 지금 살고 있는 뉴저지주 마운틴사이드에서 경찰 수사관으로 일했다.

그는 이날의 기억에 대해 "내 생애 가장 따뜻했던 순간 중 하나"라면서 "개인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아 이번 여행을 좀 걱정했는데 한국을 찾자마자 옛 전우들과 만나는 행운을 누려 이후 방문 일정도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에서 참전용사들의 대변인을 맡은 케네스 플로리오(84)에게도 61년 만의 한국행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공군 출신인 플로리오는 지난 14일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전쟁기념관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기념관 회랑에 설치된 6.25 참전 유엔군 전사자 이름을 새긴 명비에서 옛 고향 친구의 이름을 발견한 것.

뉴욕주 출신의 전사자 명비를 유심히 살펴보던 그는 '케네스 맥카탄'의 이름을 가리키며 "브롱스에 살던 내 이웃"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말 없이 친구의 이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플로리오는 "61년 전 소식이 끊겼던 옛 친구의 이름을 혹시나 싶어 찾아봤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발견해서 무척 가슴이 아프다"고 밝힌 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브롱스가 고향이지만 현재 뉴저지주 듀몬트에 살고 있는 플로리오는 6.25 당시 인천과 부산에서 복무했다.

그는 전쟁의 아픔을 곱씹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폐허가 됐던 한국이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병용 의정부시장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참전용사를 대표해 방문 소감을 밝힌 그는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60여 년 전 태평양 건너편의 한국행을 자원했다"면서 "전쟁 후 다시 찾은 한국이 너무나 훌륭하게 발전한 모습을 보고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신의 축복이 계속 한국에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전용사인 파스쿠엘 칸델라(83)는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자신들을 반기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꼽았다.

칸델라는 "수원성과 민속촌.경복궁 등을 찾을 때마다 어린 학생들이 즉석에서 기념 촬영을 요청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며 "겉 모습만 보면 한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를 향해 6.25 참전용사라는 이유로 수 많은 한국인들이 환대했다. 이 기억을 평생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공군으로 51년 참전했던 제임스 쇼필드(85)는 한국에서 보는 사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는 유일한 한국 말"이라면서 "6.25 전쟁에서 전우로 만나 평생 우정을 나눴던 한국인 친구 김래원에게 배웠다"고 밝혔다.

고령으로 인해 기억이 다소 온전하지 않은 그이지만 '김래원'이라는 이름과 '감사합니다'란 말은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쇼필드는 "참전 당시 버디시스템을 통해 한국군과 미군이 1대1로 파트너가 됐다. 이 때 만난 김씨는 한국 사람들은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틈만 나면 '감사합니다'란 말을 가르쳐줬다.

얼마나 김씨가 강조했는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김씨와 계속 편지로 왕래했다. 한국을 다시 방문하면서 20년 전에 세상을 떠난 김씨가 계속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9일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9일 다시 JFK국제공항에 도착한 9명의 참전용사들은 "다시 찾은 한국은 전쟁이 있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며 "이번 방문은 내 평생 최고의 여행이자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서한서 기자 h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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