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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가톨릭 시노드 보고서 논란] 가톨릭의 전통 교리, ‘동성애’로 흔들리나?

보수적 교리 가톨릭의 파격 행보…"동성애자 등 긍정적 측면 봐야”


가톨릭 내부 반발 및 논란 심해
개신교도 이례적인 논평 발표

가톨릭의 전향적 입장 영향 클 것
교리 변경은 논의 거쳐 교황이 결정


'동성애'에 대한 종교계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바티칸에서 소집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시노드)는 동성애, 동거, 이혼 등을 포용하고 인정하자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교리상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 온 가톨릭에선 '파격'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동성애자도 기독교 공동체에 헌신할 수 있는 은사와 자질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환영하는 교회를 만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가톨릭 교리상 금기시된 동성애를 비롯한 이혼, 동거 등이 수용되는 분위기로 흐르자, 가톨릭 내부적으로 찬반 논란은 물론 큰 반발도 일고 있다.

한인 가톨릭계 어수선



보고서 내용에 대한 파장은 크다. 특히 보수적 성향이 강한 한인 가톨릭계에서는 대체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함을 보이면서도 찬반 논란은 뜨겁다.

LA지역 김재동 종신 부제는 "가톨릭 교회가 급변하는 세상을 품기 위해서는 논란이 되는 이슈들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이번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가톨릭 신자라면 교황청에서 내리는 결정에 대해서는 순종하는 마음으로 따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제니스 류(43·LA)씨는 "교황의 권위가 절대적인 가톨릭에서 동성애 등을 교리상으로 수용하게 된다면 이를 종교적으로 반대하는 근거가 완전히 흔들릴 것"이라며 "종교가 인권을 위해 역할을 고민하는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교리적 기준까지 바꾼다면 다소 이해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개신교도 이례적으로 '진리는 인간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종교의 이름으로 교인을 타락시키고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라며 "가톨릭에서는 '교황무오설'을 주장해왔는데 이번에 교황이 동성애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지난 십수 세기 동안 역대 교황들의 교시에 반하는 것으로 교황 교회정치의 오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보수파 인사들의 반발 역시 심하다.

레이먼드 레오 버크 추기경은 "신앙의 진리에서 벗어났다. 상당수 주교들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가톨릭 보수 단체인 '가족의 소리'의 경우 "(이번 보고서는) 최악의 공식 문서 중 하나"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예수회 제임스 마틴 신부는 "바티칸이 신자들의 복잡한 현실 세계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환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는 교황의 승리"

공개된 시노드 보고서에는 "동성애자 커플 사이에서도 서로간의 희생을 통한 미덕이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또 동성애자, 이혼, 동거 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가톨릭의 전향적 입장은 향후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세계 각국의 법체계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신들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AP통신은 "가톨릭의 혁명적 수용이다. 앞으로 대혼돈이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가톨릭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방향을 따라가는 첫 신호"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 역시 "시노드 보고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리"라고 전했다.

"당장 바뀌는 것 아냐"

물론 이번 보고서가 즉시 가톨릭 교리의 변경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앞으로 주교간의 추가토론을 거치고 교구별 논의를 끝낸 뒤 내년 시노드 정기총회에서 핵심 사안을 다루게 된다. 이후 교리 변경 여부는 교황에 의해 최종 결정된다.

교황의 시노드 소집 배경에는 가톨릭 교리가 가정 문제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바탕 된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현재 프랑스의 경우 이혼율은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일반 가정의 절반 이상은 동거 등 전통적 결혼 방식을 따르지 않은 형태로 구성돼 있다. 반면 가톨릭 교리는 이혼, 동성애 등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교리의 상충은 유럽 내 가톨릭 인구의 감소를 야기하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LA지역 가톨릭 한 관계자는 "시대적 화두인 '동성애'나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결혼관에 대해 아마 바티칸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이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가톨릭의 진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열 기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

교황이 세계의 가톨릭 주교 대표자들을 소집해 가톨릭의 당면 과제를 논의하는 회의다. 통상적으로 교황은 시노드에서 논의된 결과를 토대로 논의 및 절차를 거쳐 지침서를 만든다. 지침서는 곧 가톨릭 교회의 규범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이번에 열린 시노드는 가정에 관한 이슈를 다루기 위해 교황이 소집한 임시 총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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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변화, 시대 흐름 반영된 결과”

미국은 10년 만에 합법화 대세
개신교도 동성결혼 수용 확산



이제 소수가 다수인 시대가 됐다.

동성결혼에 대한 가톨릭의 전향적인 입장을 특이하게 바라볼 시기는 지났다는 게 종교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미 개신교에서도 동성결혼에 대한 수용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었다. 지난 6월 미국 최대 장로교단인 PCUSA가 결혼에 대한 의미를 남자와 여자가 아닌 ‘두 사람의 결합’으로 재규정했다. 최근에는 미국연합감리교(UMC)가 교단 법을 어기고 동성결혼을 축복했던 36명의 교단 소속 목회자를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감리교도 동성결혼 허용은 시간문제임을 암시했다.

LA연합감리교회 권석 부목사는 “지난 6월 교단 총회에서 동성결혼 관련 문제가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통과될 거라는 것이 내부의 중론”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종교계의 변화는 시대적 흐름과 추세를 반영한다. 미국의 경우 동성결혼 허용에 대해 각 언론들은 “전투는 사실상 끝났다”는 반응이다.

지난 6일 연방항소법원이 “동성결혼 합법은 위헌”이라고 항소한 버지니아주의 상고를 기각하자 알래스카, 애리조나, 몬테나 등 동성결혼 합법화가 하루 만에 봇물 터지듯 통과됐다. 이는 지난 2004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이 허용된 후, 정확히 10년 만에 절반이 넘는 주(35개)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된 것이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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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합법 ‘도미노 현상’


동성결혼을 처음으로 합법화시킨 나라는 네델란드(2001년)다.

이어 유럽에서는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영국, 에스토니아, 룩셈부르크 등에서 연달아 동성결혼이 ‘도미노 현상’처럼 합법화 됐다. 그밖에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동성 커플에게 일반 부부와 동등한 복지 등의 법적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이 동성결혼을 합법화 시켰다. 또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등도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이슬람교가 중심이 되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는 동성애 자체가 불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의 경우 동성애자를 사형 등 극형에 처하기도 한다. 비이슬람권에서는 러시아가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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