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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제 모르고 나선 산행

오수연/기획특집부 기자

산은 정직하다. 딱 자신의 능력만큼 받아준다. 내 능력보다 무리하게 목표를 잡았다가는 산에 있는 동안이건 산을 내려와서건 몸이 고생한다.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

10월, 두 번의 산행을 했다. 첫 번째는 애로헤드 호수 인근 트레일. 단풍을 보기 위한 산행이었다. 조금 일렀던 탓에 기대했던 만큼 단풍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애로헤드 호수의 경치와 계곡 풍광이 눈을 정화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눈이 호강한데 비해 몸은 고생을 했다. 제대로 표현하자면 '개고생' 했다. 사실 트레일은 쉬웠다. 난이도가 2정도(최고 5)로 평이했다. 문제는 과욕이었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저 멀리 아래로 보이는 계곡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위험해 보였지만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길도 없는 비탈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흙더미와 돌이 주르르 하고 밀려 내려갔다. 곳곳에 있는 선인장에 찔리고 마른 나뭇가지에 긁혔다. 후회했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올라가는 길이 더 까마득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내려가서 온 길을 돌아보니 미쳤구나 싶었다. 안전불감증이다.

물론 계곡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한국의 계곡처럼 아기자기한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러내렸다. 즐기는 것도 잠시, 올라갈 때 역시 암벽 등반하듯 겨우겨우 올라갔다. 산행을 마치고 보니 온몸이 멍이며 흉터가 생겨 있었다. 한마디로 만신창이다. 다음날, 무리한 산행 후유증으로 힘겨운 하루를 보내야했다.



일주일 만에 두 번째 산행을 했다. 이번에는 모 산악회를 따라 베어캐년을 올랐다. 난이도는 3. 이번에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산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리하지 않겠다며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2시간 가까이 올랐을까. 아직 길을 더 오를 수는 있었지만 돌아가는 시간과 체력을 감안한다면 멈춰야 했다. 아쉽지만 목적지를 어느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발길을 돌렸다. 중간중간 힘들면 잠시 바위에 걸터 앉아 쉬기도 했다. 그렇게 3시간 반. 쉽지는 않았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다음날에도 다리가 조금 당기기는 했지만 왠지 몸이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산악인들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한인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 단체별로 등산 동호회가 수도 없이 많다. 적은 비용으로 건강에 더 없이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하지만 등산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 만큼 사고 소식도 잦다. 산악회들이 경쟁적으로 어려운 코스를 찾아가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산행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과욕과 안전불감증이다. 이제 곧 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난다는 겨울산행 시즌이 돌아온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산행은 건강을 지킬 수도 있지만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산은 정직하다. 너그럽지만 그 너그러움은 욕심을 부리지 않은 이들 만의 것이다. 올해는 아름다운 산에서 들리는 비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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