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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길들여지지 않는 '외로운 늑대'

김완신/논설실장

'외로운 늑대(Lone Wolf)'라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국제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외로운 늑대'는 조직에 속하거나 후원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를 말한다.

지난 22일에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마이클 제하드-비보가 국회의사당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하다가 사살됐다. 다음 날인 23일에는 뉴욕에서 제일 톰슨이 대낮에 도끼를 휘둘러 경관 2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결국 톰슨은 경찰이 발사한 총에 사망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단체나 조직의 지원없이 단독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금도 외로운 늑대의 전형적인 모습은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건물을 폭파한 티모시 맥베이로 기억되고 있다. 1995년 4월 19일 다량의 폭발물을 탑재한 트럭을 이용해 청사건물을 폭파했다. 공식적으로 168명이 사망했고 680명이 부상을 당했다. 9.11 이전까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였다. 청사 폭발에는 테리 니콜라스가 공범으로 참여했지만 극히 제한적인 동조에 그쳐 '외로운 늑대'에 의한 대표적인 테러로 기록됐다.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6차례에 걸쳐 대학교와 항공사 등에 우편물 폭탄을 보내 26명을 사상한 '유나바머'도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교범이다. 본명이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인 유나바머는 하버대를 나온 천재 수학자였지만 과학기술문명에 대한 반감으로 테러리스트가 됐다.



원래 '외로운 늑대'는 러시아에 대항했던 체첸공화국 전사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체첸은 19세기 중엽 러시에 강제로 편입된 이래 두 차례에 걸쳐 독립전쟁을 치렀다. 체첸 민족은 끊임없는 저항정신으로 러시아에 맞서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과 민족 언어를 지켰다. 지금도 체첸공화국 문양국기에는 '외로운 늑대'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후 1990년대 백인우월주의자 알렉스 커티스 등이 독자적으로 테러를 하는 이들을 외로운 늑대라 부르면서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의미를 굳어졌다. 자생적 테러리스트는 정부 및 기관에 대한 반감, 특정 이데올로기나 신앙에 대한 맹신 등으로 무장해 테러를 감행한다. 최근에는 이슬람국가(IS)의 활동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를 모방하는 외로운 늑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자생적 테러리스트는 말 그대로 스스로 생겨나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동태 파악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테러 기술이나 폭발물 제조 등과 같은 테러리스트의 요건은 이전에는 단체에 속하지 않고서 훈련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과 첨단장비의 도움으로 혼자서 테러기술의 습득과 실행이 가능해졌다. 전세계의 외로운 늑대들이 지구촌의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민주당 애덤 쉬프 하원의원은 "외로운 늑대들에 의한 테러는 미국에 지속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테러방지를 위한 정보수집도 완벽한 예방책이 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외로운 늑대들을 색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원정보위원장 마이크 로저스 의원도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늑대는 전형적으로 무리를 이뤄 사는 동물이다. 늑대가 무리를 떠나는 것은 두가지 이유다. 늙어서 무리에서 추방 당하거나 새로운 무리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집단을 이탈하는 경우다. 주로 4살 이전 젊은 수컷 늑대가 새로운 무리를 이루려고 떠난다.

무리를 떠난 늑대는 위험한 상황에서 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더 강해지고 호전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자생적 테러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늑대는 죽일 수는 있어도 길들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테러는 길들여지지 않는 늑대처럼 항상 위험하다. 외로운 늑대의 테러는 무모한 만큼 더 잔인하다. 외로운 늑대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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