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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고전음악]결혼식과 음악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많은 이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결혼식을 위해서는 준비하고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이 빠질 수는 없다. 만약 축가가 사정상 없더라도 최소한 입장과 퇴장을 위해서 피아노로 연주되는 행진곡정도는 필요하다.

 필자는 그 동안 여러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가를 부른 경험이 있다. 그런데 한번은 식이 너무 짧아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서울 강남에서 열리는 결혼식의 축가를 부르기로 했는데 교통체증때문에 한 7분 정도 늦고 보니 어느새 식이 끝난 것이었다. 당연히 식의 마지막 차례에 넣어 놓은 축가도 부를 수 없었다. 예식부터 피로연까지 모든 결혼행사가 30분마다 진행되는, 마치 결혼공장과도 같은 그 예식장의 분위기를 몰라 커다란 실례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참석한 결혼식에서는 그같이 번개불에 콩 구어 먹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특히 미국에서 그 동안 겪어본 결혼식에서는 전체 한시간 정도의 예식과 이후에 벌어지는 피로연, 그리고 때로는 무도회까지 모든 음악이 꼼꼼히 챙겨지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

 어떤 이는 메이저 레이블의 전속 연주자를 친구로 둔 덕에 그를 불러 다 축주를 부탁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르보 패르트(Arvo Part) 같은 현대작곡가의 합창곡을 부르기 위해 학창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을 전미에서 불러들이기도 했다. 또한 어떤 이는 르네상스의 모텟에 심취해 프렐류드부터 미사의 중요부분을 아카펠라로 채우는 이가 있었는데, 필자도 그 예식에서 성악 콰르텟의 일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신부될 사람과 같은 성가대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나에게 테너를 맡아달라는 부탁이 들어온 것이었다. 레퍼토리로는 팔레스트리나, 빅토리아, 스칼랏티 등의 아카펠라곡이었는데 단 한번으로 책정된 리허설은 참으로 부족했다. 콰르텟의 다른 단원들은 현재 대성당에 소속된 전문 연주자들이었기에 무반주곡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그 속에 낀 필자는 음을 제대로 잡기 위해 적잖은 고생을 했다. 다행히도 악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연주하는 소프트웨어를 입수하게 되어 악보를 직접 그리고 테너파트만 도드라지게 하여 집중 연습한 결과 혼례식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결혼식에서 축가로 많이 사용되는 음악은 무엇일까? 고전음악풍의 곡으로 베토벤이나 그리그의 "나는 너를 사랑해 (Ich liebe dich)" 혹은 홍난파의 '사랑'을 때로 불러보지만 그다지 호응이 크지는 않는 듯 하다. 이보다는 도밍고가 불렀던 크로스오버풍의 '끝없는 사랑(A Love Until the End of Time)'이나 한국에서 결혼축가로 제일 많이 불려진다는 가요 '사랑의 서약' 같은 곡이 효과적이다.

만약 독실한 크리스챤이라면 조셉 마틴의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Without Love We Have Nothing)'나 김두완의 '서로 사랑하자'가 좋겠고 남성의 무반주 합창곡을 좋아한다면 '봉정'을, 그리고 기악곡을 원한다면 엘가의 '사랑의 인사 (Salut D'Amour)' 등이 좋을 듯 싶다. 또한 미국의 악보사에 가보면 방대한 레퍼토리를 한데 묶은 두툼한 결혼악보곡집도 있으니 그 안에서 신랑과 신부가 원하는 곡을 다양하게 고를 수도 있다.

 결혼식의 입장과 퇴장을 위해서는 가장 유명한 두 곡의 결혼행진곡이 존재한다. 보통 입장 시에는 바그너의 것을 연주하고 퇴장 시에는 멘델스존의 것을 연주하는데, 전자는 오페라 로엥그린(Lohengrin)의 3막에 나오는 신부들의 합창(bridal chorus)이고 후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에 나오는 13곡의 부수음악(附隨音樂, incidental music)중 한 곡이다.

 그런데 언젠가 해외토픽에서 앞으로는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연주할때마다 인세를 받기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들었다. 만약 그것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그때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멘델스죤의 음악을 퇴장에 사용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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