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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 빨래에 툭하면 화…간병하다 오히려 병

가족이 더 힘든 병 '치매'
양로호텔로 모신 시아버지
의료진 상주에 "이게 최선"

치매는 환자보다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병이다.

토런스에 사는 50대 김씨는 2년 전 치매 환자인 시아버지를 양로호텔에 모시기로 결정했다. 마음 한구석에선 그간 모셔온 8년간의 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불효를 범하는 것 같아 괴롭기도 했지만 더 이상 버틸 기력이 없었다. 간병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는 자궁암.갑상선.고혈압 등을 불러왔고 "더 하면 내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아버지가 처음 병원에 간 건 뇌졸중 때문이었다. 김씨는 "처음엔 몸의 일부가 마비돼 언어능력이 현저히 낮아졌다고만 생각했지 치매는 상상도 못했었다"며 "워낙 고집이 센 분이라 '억지를 잘 부린다', '욱 한다' 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서히 몸 상태가 회복된 시아버지는 운동을 하겠다며 몇 시간씩 산책하러 나가셨다. 의사소통도 멀쩡했다. 가끔 경찰이 시아버지를 모시고 집에 올 때면 기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믿었다.

김씨는 "어느 날 경찰이 시아버지를 모시고 집에 왔는데… 발 뒤꿈치는 신발을 벗고 몇 시간을 걸으셨는지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며 "더 심한 것은 괄약근 조절이 안 돼 대변을 본 줄도 모르시고 있다가 속옷만 버리고 왔다는 걸 알았을 때였다. 하늘이 노랬다"고 회상했다. 병이 천천히 진행되는 탓에 정상인처럼 이야기하는 순간엔 그가 환자라는 걸 믿기 힘들었다. 시아버지는 바로 1시간 전에 웃으며 농담을 하다가도, 어느 날엔 "지금이 1970년이지?"라고 했다. 길을 걷다가도 거슬리는 게 생기면 지팡이를 던졌고, 주소가 새겨진 목걸이를 잡아 뜯으며 "내가 강아지냐?" 하고 소리를 질렀다. 대소변 묻은 빨래는 너무나도 많아 몇 년이 지난 후엔, 속옷은 한번 입고 버렸다. 반찬은 해도 해도 끝이 없었고, 돌아오는 건 서운함뿐이었다. 시아버지는 수십 년 전 옛 기억은 또렷한 반면 어제 일은 기억하지 못했다.



김씨는 "남편은 출장이 잦아 시아버지 간병에 아이들 등.하교, 집안일은 모두 내 몫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님도 혼자 집안에서 방치된 기분을 느끼셨을 것"이라며 "서로 어딜 편히 가지도 못하고, 매 순간 화를 받아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간 병원에서 웰페어.메디케어 등의 혜택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정보를 듣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 양로호텔을 선택한 건 상주하는 의료진 때문. 사비가 350~500달러 정도 추가되지만 그는 이게 최선이라 믿는다.

김씨는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데, 서로 웃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약과 식사가 제때 나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며 "옆에서 속 끓이고 원망하며 효를 지킨다고 믿는 건 불효"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어느 병원이라도 좋으니 검진이 우선이다. 그 후엔 병원에서 각종 보조서비스 등에 연결해준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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