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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북한인권 촉구 단체들의 생색내기 싸움

구혜영/사회부 기자

최근 북한 인권문제가 뜨겁다. 처음 나온 이야기도 아닌데 올해 특별한 주목을 받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일 거다.

지난주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반인도 범죄 가해자를 겨냥한 제재를 촉구한 활동보고서를 유엔총회 제3의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안보리가 가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기소해야 하고 ▶좀 더 확실한 대북 제재방법을 논의해야 하며 ▶유엔총회가 북한 내 모든 정치범 수용소의 폐쇄를 이끌어내자는 권고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ICC 제소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벌써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고 있어 김정은 위원장이 ICC법정에 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인식한 듯 지난달 23일 LA에서도 북한인권 회복운동 행사가 열렸다. 여러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한국 정부에 북한인권법 제정 및 북한주민과 대북인권단체 지원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날 모인 한인커뮤니티 보수.애국단체 회원 40여 명은 앞으로 북한 인권회복 총연합회를 조직해 미국 곳곳에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알리겠다고 했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주최 타이틀을 놓고 벌어진 단체간 실랑이는 행사가 진행되는 약 1시간 동안 본질을 흐렸다. 대한민국 애국동포 총연합회 관계자들은 "우리가 주최 단체인데 플래카드에 이름이 빠지고, 주최도 바뀌었다"며 "먼 길, 팸플릿까지 다 준비해서 왔는데 이게 무슨 경우냐?"라고 흥분했다. 이에 한미HR포럼.미서부재향군인회.미주 자유대한지키기 국민운동본부 등은 "10여 개 참여단체 모두 공동주최로 돼 있다. 플래카드는 오타로 인한 실수 일 뿐"이라며 "만약 그쪽이 주최라면 왜 행사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20여 분간 고성이 오가고, 경찰이 다녀간 후에도 분위기는 진정되지 않았다.



아쉬움은 컸다. 몇몇 단체 관계자들 말마따나 '돈 많고 시간이 남아돌아'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북한 인권문제보다 소란, 소란에 대한 변명이 더 길었다. 특히 나라사랑.뿌리 등을 강조하는 보수.애국단체 회원들이 인권을 논하는 자리에서 타인을 향해 욕설을 날리는 모습은 낯뜨거웠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2년 전 LA에서 만난 J는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국경을 넘어 이름과 얼굴을 기사에 낼 수 없었던 탈북자다. 대학생이 된 그는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언젠가 한반도 평화와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J가 외교관이 되는 것,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침해와 관련한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어쩌면 먼 미래의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꾸준한 관심과 노력의 과정을 거쳐야 기대할 수 있는 결과다. 이날 행사장에서 한 인사는 이렇게 약속했다. "부끄러운 오늘 일을 잊지않고 꾸준히, 여러 단체와 화합해 북한 인권 회복운동을 전개하겠다. 이는 절대 일회성 이벤트가 되면 안 된다."

이 말이 정말 일회용 멘트가 아니었길 바란다. 취지만 거창한 단체들의 주도권 싸움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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