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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동네 마켓 세 군데 돌기

[LA중앙일보] 발행 2014/11/03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4/11/02 20:46

최 주 미
조인스아메리카 차장

내가 사는 동네에는 한인 마켓이 세 군데 있다. 동서로 길게 난 풋힐 불러바드를 따라 세 개의 마켓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문을 연다.

직장이 LA코리아타운에 있으니 한국식품 장보기는 타운의 대형 마켓 체인에서 해결하는 것이 편리하다. 한국 신상품도 다양하고 경쟁이 치열해 할인행사도 많으니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 동네 마켓에서 장을 본다. 세 개의 마켓 마다 제각각의 장점이 있어서 채소를 살 때는 A마켓 반찬은 B마켓 식료품은 C마켓 식으로 돌아가며 이용한다. 그러면서 내 소소한 지출에 거는 보잘 것 없는 희망 하나는, 그 마켓들이 장사가 잘 되어서 계속 문을 여는 것이다. 그 동네 상점들은 내가 물건을 사고 돈을 쓰는 곳만이 아니라 거꾸로 나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지만 한국 음식을 해먹는 나에게 한인 마켓은 중요한 존재다. 더구나 집에 머무는 주말, 여유있을 때 5분 거리의 한인마켓을 찾아 느긋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편의다. 그들이 없다면 나는 주중 퇴근 이후 피곤하고 혼잡한 시간에 바삐 장을 보거나 주말에 일부러 코리아타운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한인마켓이 없는 동네에 사는 내 언니가 그렇게 하듯이.

뉴욕 레비타운에서 작은 편의점을 10년째 꾸려오고 있는 인도 출신의 아비 간디씨는 불경기 때문에 올해 초 가게를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1년 365일 새벽부터 밤까지 일한 성실한 사람이었다. 가게 주인으로서만 일한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친구로 살았다. 로토 번호를 전화로 기꺼이 알려주고 아이들에게는 수시로 사탕을 쥐어주고 노인들에게는 외상 담배를 주며 동네 주민들의 시시콜콜한 속사정을 죄다 기억하는 정다운 이웃이었다. 안타깝게도 불황의 깊은 터널을 지나는데 한계점에 이른데다가 아내는 암 진단을 받아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그의 사정을 알게 된 동네 사람들은 아비씨를 위해 이색 플래시몹인 '캐시 몹'을 구상했다. 펀들리닷컴이라는 펀드레이징 사이트와 페이스북을 통해 마련된 이 작업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방문하여 물건을 구매하는 일종의 '몰아주기' 작전이었다.

아비씨는 어느날, 한가했던 가게에 끊임없이 찾아드는 손님의 물결에 당황했다. 오래 못 만났던 친구가 찾아오고 익숙한 동네 이웃들이 줄지어 미소 지으며 그의 물건을 샀다. 이웃들은 그에게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고 말하며 용기를 주었다. 매상이 늘어난 것은 물론 펀들리닷컴에는 1만 5000 달러의 기금이 모였다. 동네 주민들 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웹사이트를 통해 방문한 익명의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위해 기꺼이 지불한 기부금들이다. 사람들은 아비씨와 그 이웃들을 위해 자유롭게 기부하고 그의 삶을 격려했다.

나의 동네 마켓 순례도 쌀쌀맞은 미국인들이 이따금씩 드러내는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부터 배운 매우 소심한 실천이다.

오늘도 타운의 꽤 오래된 식당이 모르는 새 문을 닫고 새 가게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느덧 두 달밖에 남지 않은 2014년 11월의 첫 주, 거창한 아메리칸 드림은 좀 더 나중의 희망으로 간직하고 그저 바다 건너온 우리들이 저마다의 소박한 꿈을 놓지 않도록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연말을 맞자고 다짐해본다. 아비씨가 이웃들이 내민 5달러 10달러의 지출에서 얻은 것은 좀 더 오른 매상도 1만 5000달러의 기금도 아닌 사랑과 희망과 용기였을 것이 분명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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