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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불교와 믿음

흔히 기독교는 믿음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이고 불교는 이해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라고들 이야기한다. 불교 공부에도 믿음이 필요할까.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에서 "오직 믿음에 의해서만 법의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라고 말씀하셨고, 불교에서도 신자(信者), 신행(信行) 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스님들과 불자님들은 믿음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있다. 모르고 믿으면 미신, 맹신이 되기 때문에 확실히 알고 믿을 것을 당부한다.

볼펜을 수건으로 가린 채 "이 안에 있는 볼펜은 검은색 볼펜입니다. 여러분은 이 볼펜이 검은색임을 믿으십니까"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은 믿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믿지 못할 것이다.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만약에 검은색 볼펜을 테이블 위에 놓고 검은색임을 확인시킨 후 같은 질문을 한다면 모든 사람이 볼펜이 검은색임을 확실히 믿는다고 할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믿는다는 것은 모르는 상황에서 설명이나 간접적인 증거들을 통해 어떤 사실에 대해 확신을 갖는다는 말이다. 이미 확실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굳이 '믿는다'는 표현을 할 필요가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고도 말 할 수도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심을 확실히 아신 분이기 때문에 굳이 믿을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알고 믿는다는 것은 일종의 형용 모순이고, 모든 믿음은 일정부분 미신이고 맹신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알고 믿으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내가 모르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나 간접적인 증거들을 최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사람은 믿음이 가고, 어떤 사람은 믿음이 가질 않는다. 왜일까. 믿음이 가는 사람은 평소 언행을 통해 나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었고,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승님이나 경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아무런 믿음이 없다가 알아갈수록 믿음이 더해지기도 하고, 덜해지기도 한다. 믿음이 깊어지면, 당장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이라도 믿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알고 믿으라는 말은 신앙만 할 것이 아니라, 공부와 수행을 통해 믿음을 키워가라는 말이다. 수행이 따르지 않으면 믿음이 깊어질 수 없고, 법과 스승에 대한 믿음이 약하면 결코 수행이 깊어질 수 없다.

영어를 마스터하기 전에는 어느 방법이 바르고 빠른 방법인지 정확히 알 도리가 없다. 결국은 영어를 이미 마스터한 사람의 안내를 받는 수밖에 없다. 선생님의 말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은 중간에 슬럼프가 와도 확신을 갖고 꾸준히 나아가 반드시 성공에 이르겠지만, 믿음이 약한 사람은 작은 슬럼프에도 이리저리 방황하다 결국은 목표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믿음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이 된다.

대종사께서도 믿음은 '법을 담든 그릇', '화두를 해결하는 원동력', '계율을 지키는 근본'이라고 말씀하셨다.

신앙과 수행의 병진을 통해 참 지혜를 닦아 가시기 바란다.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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