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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고전음악]누가 최고의 음악가인가?

앞서 수학의 눈으로 음악을 본 피타고라스나 윤리의 눈으로 음악을 본 플라톤 등 그리스인들의 사상은 로마제국의 흥망성쇠와 함께 피타고라스학파의 이론가이자 로마제국의 정치가였던 보에티우스 (A.M.S. Boethius, c475 - 525)를 통해 중세에 전해졌다.

보에티우스는 '음악의 원리 (De Institutine Musica)'라는 책에서 음악을 3종류로 구분하였다. 3종류의 음악이란 우주의 음악 (Musica Mundana), 인간의 음악 (Musica Humana), 그리고 악기의 음악 (Musica Instrumentalis)으로 나뉜다. 여기서 '우주의 음악'이란 비례와 조화를 가지고 있는 우주의 질서를 최고의 음악이라 본 것인데, 물론 청각적으로 들을 수는 없는 음악이다.

'인간의 음악'은 우주적 질서가 소우주인 인간에 구현된 것으로 영혼과 육체의 조화를 의미하는데 이 역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 '악기의 음악'에 와서 비로소 실제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는데, 인간의 목소리를 포함한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이 이론은 마치 이상적인 원형의 의자가 있고 현실에 사용가능한 의자가 존재하며 나아가 그림을 통해 모방된 의자가 있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연상시키는데, 동시에 비례라는 수학적 원리가 우주와 인간 그리고 음악에서 공히 발견된다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이론도 발견된다.



또한 보에티우스는 진정한 음악가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있다. 그는 작곡가, 연주가 그리고 비평가의 3종류로 음악가를 구분하고, 그 중에서 음악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작품과 연주에 적용하여 비평할 수 있는 비평가를 작곡가나 연주가보다도 최고의 음악가로 꼽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는 비평가를 작곡가나 연주가보다도 높은 위치에 두었을까? 이는 중세시대에 정신세계를 중시하는 사조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단지 영감을 통해 작곡하는 것과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낼까에만 치중하는 연주보다는 음악의 총체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는 비평가를 우위에 둔 것이다.

이 보에티우스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연주가들로부터 "연주가는 너무 콩나물에만 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보다 완벽하고 감동적인 연주를 위해 음악안에 얽혀버리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난해한 몇 마디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되면 결국 아름다운 나무를 가꾸는데 너무 치중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제 음악의 경계를 뛰어 넘는 사유의 촉발이 불가하게 된다. 음악의 마력이란 청중이 그것을 듣게 될 때 작곡가의 생각이나 연주가의 생각을 뛰어 넘는 청중만의 사유가 발생하는 것이다. 청중이 음악을 들을때는 작곡가의 작곡 의도나 악곡형식 혹은 연주가의 기교 난이도 상의 고려와는 다른 그들만의 해석이 열린다. 그래서 중세에는 정신활동에 의한 청중의 해석 세계를 중시하였던 것이다.

과거 헨델,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작곡가가 활동할 당시는 그들이 숭앙되었고, 20세기에 녹음재생매체가 발명된 이후에는 하이페츠, 카루소, 칼라스 등 연주가가 유명세를 탔지만, 이제 사이버 공간의 시대에 와서는 그 패러다임이 비평적 능력을 지닌 청중에게로 옮아감을 느끼게 된다.

세상의 온갖 좋은 음악들이 즐비하고 그것을 사이버 공간상에서 손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오늘에 있어 좋은 음악이란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청중의 몫이 되었다. 음악에서도 정보의 홍수를 올바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비평청중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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