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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우리는 무엇을 남기나

안동쳘·충현선교교회원로장로

43세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 젊은 장로님의 장례예배에 참석하고 왔다. 나는 고인이 우리교회 시무장로님의 동생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나이는 젊지만 참 훌륭한 장로님이었습니다. 집사 시절부터 교회에 충성을 다했고, 목회자를 잘 받들던 섬김의 종이었습니다. 물질로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었고, 가정에서는 더없이 좋은 남편, 아빠였습니다."

장례후 가진 식사자리에서 고인을 잘 아는 전도사님을 통해 그 분의 짧은 생애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땅을 떠나기 전날밤, 고인은 어린 두 자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해주고 잠자리에 들었다면서 그 분은 울먹였다.

장로가 된 지 올해로 34년, 아들 나이보다도 어린 장로님 앞에서 내가 왜 이렇게 작고, 부끄럽게 느껴 졌을까. 얼마전 교회의 한 모임 뒤풀이에서 넌센스 퀴즈 하나가 지나온 70여년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예수님이 떠나시면서 남긴 것이 '사랑'이라면, 유병언씨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답은 '가방'이었다. 우리가 다 아는 대로 더러운 돈가방과 이름이었다.

사람은 모두 언젠가 이 땅을 떠난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남긴다.

제왕은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재벌은 많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남긴다. 마피아는 악명을 이 땅에 남기고, 악덕기업인은 더러운 돈 가방을 남기고 떠난다.

대형교회(일부지만)의 목회자는 자리를 자식에게 세습하면서도 강단에서 사랑을 전하는 명설교를 남긴다.

그러나 시인,묵객과 예술가는 아름다운 작품과 예술을 남긴다. 또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후세에게 사랑을 남기고 떠난 사람 그 수 적지 않으리.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그동안 미뤄왔던 '시신 기증서'에 서명을 해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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