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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잘 죽는 법 고민할 때"

앞만보고 달려온 이민 1세대
미선호스피스 양형숙 원장

"한인 이민자들의 마지막 모습은
평온히 눈감는 미국인들과 달라"


머나 먼 이국 땅에 정착하기 위해 앞만보고 달려온 한인 이민 1세대. 오늘의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일군 이들은 이제 '잘 죽는 법'도 고민해야할 때가 됐다.

3개월 전 미선 호스피스 원장으로 취임한 양형숙(사진) 씨는 "삶을 돌아보거나 마지막을 준비할 겨를 없이 바쁘게만 살아온게 대부분 이민자들의 모습"이라며 "10만명에 달하는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이제 고령화 문제와 존엄성있는 죽음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 원장은 미선에 오기 전까지 에모리대학병원 윈십 암병동에서 10여년간 부장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마지막을 맞는 한인 이민자들의 모습이 미국 노인들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양 원장이 간호했던 한 한인 노인은 말기 암으로 에모리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은뒤 "더 이상의 치료는 의미가 없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퇴원했다. 하지만 며칠 뒤 간밤에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다시 응급실에 실려와 결국 온 몸에 주사바늘과 튜브 등 생명 유지장치를 꼽은채 집중치료실에서 숨을 거뒀다.

양 원장은 "이민자들은 병원에서 죽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식 문화에 더해 '평생 일만하다 간다'는 억울함 때문에 쉽사리 삶을 정리하지 못하지만 미국인 노인들은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가족들 곁에서 평화롭게 눈감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인이 운영하는 미선 호스피스는 "한인들이 존엄성 있게, 깨끗하게, 우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돕는다.

양 원장은 내년부터 너싱홈을 개설하고 다른 지역에도 미선 호스피스 분점을 낼 계획이다.

그는 수녀 출신 간호사라는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뉴욕으로 이민온 그는 카톨릭계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졸업후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테레사 수녀 사랑의 집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하던 중, "못가진 이들을 위해 삶을 바치겠다"고 결심하곤 수녀가 됐다.

일리노이주 성프란시스 성회에서 5년간의 수련끝에 종신 서원을 한 그는 성회의 뜻에 따라 간호학을 공부하고 간호사가 됐다. 이후 일리노이, 워싱턴 DC 등 각지의 카톨릭 병원에서 근무했고, 다시 수녀원 생활을 하다 위독하신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10년 전 수녀복을 벗고 일반 병원 간호사가 됐다.

양원장은 "워싱턴 DC 지역에서 근무할 당시 미국 호스피스에서 말이 안통해 고생하던 한국 할머니들을 모셔다 '성 가정의 집'을 설립했었다"며 "말과 정서가 통하고, 사랑으로 보살펴드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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