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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목도리 주인을 찾습니다"

오수연/기획특집부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 안에는 회의실이 몇 개 있다. 회의를 하거나 취재원들과 인터뷰를 할 때 이용하는 방이다.

기자의 자리 바로 옆에도 칸막이로 된 간이 회의실이 하나 있다. 그곳에는 언제부터인가 목도리(사진) 하나가 놓여있다. 아마 6개월은 그 자리, 그 의자에 걸쳐져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봤을 때는 누군가 찾아가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몇 주, 몇 달이 지나도 그 목도리는 그대로 그 자리다. 도대체 누구 것일까? 지금까지 안 찾아간 걸 보면 우선 편집국 기자들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인터뷰를 하러 왔던 취재원이 두고 간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6개월간 목도리를 지켜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편집국이 안전하구나' 하는 것이다. 몇 개월이 지나도 누구 하나 그 목도리를 탐해(?)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종종 지갑을 책상에 두고 퇴근을 해도 다음날 오면 언제나 제자리에 있다. 하지만 목도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무관심'이라는 슬픈 단어도 떠오른다. 누구 하나 그 목도리가 누구의 것인지 관심이 없다. 회사 직원의 것인지, 취재원의 것인지.



요즘 '미생'이라는 드라마에 꽂혀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던져진 한 청년에 관한 얘기다. 사회는 그에게 무관심하다.

회사 동료들도 무관심하다. 다 보고 있지만 못 본 듯 움직인다. 방관자다. 가치없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능력있는 사람에겐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보낸다. 아마 목도리도 비싼 명품 스카프나 가방이었다면 좀 달랐을 것이다. 누군가는 나서서 주인을 찾아주려 하지 않았을까. 목도리의 주인 역시 어떻게든 찾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주변의 소외계층도 항상 그런 시선 속에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듯, 그렇게 말이다. 본지가 창간 40주년을 기념해 연재하고 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역시 그런 관심 밖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독거노인편을 읽다가 문득 오래 전 취재했던 혼자 사시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당시 75세였던 할머니는 200달러로 한 달을 살았다. 말할 상대가 없어 매일 침묵으로 보냈으며, 갈 곳이 없어 우두커니 앉아 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파하며 썼던 기사다.

이후 두어 차례 연락을 드렸지만 최근 몇 년간 정말 까맣게 잊고 살았다. 무관심이다.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잘 계신 걸까….

목도리를 처음으로 만져봤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이 편집국에서 외로움에 고생을 해서일까. 꼬질꼬질하게 더 볼품이 없어졌다. 다시 생각한다.

비록 좋은 목도리는 아닐지언정 소중한 목도리일 수는 있다고. 어쩌면 누군가로부터 받은 소중한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이렇게 조그만 관심을 담아 글을 쓴다. 좀 많이 늦었지만 주인을 찾아드리고 싶다고.

목도리는 베이지색 바탕에 회색 줄무늬가 가 있고 한국산(Made in Korea)이라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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